2018년 11월 돌연 잠적했던 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극비리에 한국행을 택하고 1년 넘게 국내에 체류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고위급 외교 인사가 한국 망명을 택해 남북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6일 여권 소식통 등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가 부인과 함께 제3국을 거쳐 지난해 7월 국내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조 전 대사대리를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입국 사실이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조 전 대사대리가 신변보호를 위해 입국 사실을 철저히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 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 대사대리를 맡았다. 아버지와 장인 또한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인 조 전 대사대리는 영어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적을 감추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잠적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도됐었다. 지난해 2월에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0여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다. 특히,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북한 대사급 외교관이 망명한 사례는 조 전 대사대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인 1998년에는 장승길 이집트 대사와 형 장승호 프랑스 경제참사관이 미국 망명을 택한 바 있다. 참사관급이나 공사급 중에서는 2016년 태영호 당시 영국대사관 공사가 한국 망명을 택한 바 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