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현대차, 코나EV 화재 관련 리콜 등 대책 서두른다

대구 달성군 유가읍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소된 전기차 코나 EV. 대구소방안전본부

현대자동차가 주력 전기차 모델인 코나EV의 화재 우려와 관련한 ‘고객 대응 조치’의 윤곽을 잡았다. 정부의 화재 원인 조사, 분석 결과도 당초 예정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현대차의 긴박한 움직임을 감안하면 이달 중에라도 근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관련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우선 응급 조치로 코나EV를 충전하거나 충전이 끝난 이후 과열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사태는 코나EV 차량 하부 배터리 모듈 부위에서 시작된 정황이 뚜렷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에서도 ‘배터리팩 어셈블리(배터리 모듈의 오기 추정) 내부’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배터리 부위의 과열 가능성을 차단하는 대책 시행이 유력하다.

 

우선 현대차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프로그램 업데이트 서비스를 모든 고객이 받도록 독려할 전망이다. 코나EV는 국내에서 9월말까지 총 3만1841대가 팔렸으며, 지금까지 불난 차량은 모두 BMS 업데이트를 받지 않은 30% 고객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는 약 1만명으로 추정된다. BMS 업데이트로 일단 추가 화재는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 또는 강제리콜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발표도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안내 문자에서 ‘자세한 조치 내용’이란 정부의 화재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대차가 마련해 국토교통부의 지침을 받는 ‘최종적인 대책’을 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지난 5일 코나EV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현대차는 금번 화재 관련 조치방안에 대해 최종 유효성 검증 후 10월 중 고객 안내문을 통해 자세한 조치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안내한 바 있다.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의뢰한 조사 결과는 12월쯤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정보다 크게 앞당겨질 수 있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작년 8월 주차해둔 코나EV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3건 연속으로 발생하자 제작결함 조사를 개시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9건에 대한 현장조사와 정밀분석을 완료했고, 지금은 배터리 88개를 분석하며 결함원인을 분석 중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화재 원인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심화하고 있다. 배터리 셀, 팩, 모듈 등에서 애초 생산 과정에서 제작결함이 있었거나 조립 공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 등 다양하다. 다만 셀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 의견이 높다. 화재 양상이 폭발하듯 불타 배터리 모듈 부위 등이 전소되는 등 배터리 화재의 전형을 닮았기 때문이다. 유독 코나EV에서만 화재가 발생 중인데 이와 다른 업체 배터리를 쓰는 코나EV 유럽형, 니로EV, 쏘울EV 등에서는 국내외를 통틀어 화재 보고가 없다.

 

정부와 현대차 등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실적에서 4위로 뛰어오르는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정부로서도 인명 사고로 이어질 경우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 BMW 화재 사태 때 정부는 ‘운행중지’ 명령까지 발동한 적 있다. BMW는 이 사태로 판매가 급전직하했고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