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았던 안태근(54·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무죄가 확정된 가운데, 사건 당사자인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는 “변하지 않는 검찰, 변하지 않는 세상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8일 페이스북에 “재상고해 끝까지 갈 것이라는 검찰 쪽 이야기를 믿고 있었는데, 재상고 포기 기사를 인터넷으로 봤다”면서 검찰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직에서 부정당하고 음해당하며 동료라 생각했던 이들의 계산적 외면을 직면한 쓰라림, 당연한 진실을 누구 하나 말하지 않고 새빨간 거짓으로 진실을 덮어버리는 검찰과 사법 농단과의 관련성을 떨쳐내기 어려운 법원의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을 지켜봐야 하는 참담함이 있었다”면서 “그런 고통보다 견디기 힘든 건 변하지 않는 검찰, 변하지 않는 세상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 검사는 “미치도록 재판을 이기고 싶었다. 가해자를 망신 주거나 보복하려고가 아니라, 진실은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판결은 그런 것이어야 해서”라며 “그래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상고 포기 기사를 보고 울음이 터지지도 공황이 덮쳐오지도 않았다”며 “검찰이, 법원이, 정치가, 언론이 정의와 희망을 내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정의를 쟁취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우리를 발견했다”고 적었다.
특히 서 검사는 검찰 조직에 비판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30기·감찰정책연구관)와 통화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오전에 임 부장님(임은정 부장검사)과 이런 통화를 했다. ‘이이효재 선생님이나 긴즈버그 대법관을 보면 90이 넘도록 평생을 싸우셨는데, 우리가 과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고작 몇 년 싸웠다고 힘들다 하지 말자’”라며 “90이 넘도록 살 자신은 없지만, 평생 싸워는 봐야겠다. 그 끝에는 이번에 찾지 못한 정의와 더 나아진 세상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 검찰 내부망에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방송에 나와 폭로했다. 이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진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국장은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지난달 29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해당 판결이 확정됐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