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가 65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이 줄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65억7000만달러(약 7조6113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 5월(22억9000만달러)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지난해 8월(48억6000만달러)에 비해선 17억1000만달러 늘었지만 지난 7월(74억5000만달러)보다는 8억8000만달러 줄었다.
8월 상품수지는 70억1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동월 대비 23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406억7000만달러)과 수입(336억5000만달러) 모두 지난해 동월 대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수출(-10.3%)보다 수입(-17.3%) 감소폭이 더 컸기 때문에 상품수지 흑자폭이 커졌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서 흑자가 나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원자재가 줄었지만, 이것이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적어도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수지는 8억달러 적자를 냈지만 전년 동기(-15억6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7억6000만달러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국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여행수지 적자폭은 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동월(-9억9000만달러)보다 5억2000만달러 줄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입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5% 감소했다. 운송수지(3억9000만달러 흑자)는 교역량 축소로 운송 지급이 크게 줄고, 항공화물 운송 수입이 증가하면서 흑자 규모가 3억6000만달러 확대됐다.
임금·배당·이자 흐름과 관계있는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억9000만달러 줄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 배당소득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8월 배당소득은 90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억368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48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24억3000만달러 증가했고,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28억3000만달러 늘었다. 특히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액은 대부분 주식이었다.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규모는 25억7000만달러로 54개월 연속 증가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