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사과하면 국시 논의 가능? 정부 “그럴 일 없다”

“국민 공감대 없으면 추가 국시 불가능 입장 불변”
전국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의대생들에게 국시 응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고개 숙인 모습.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학생 상당수가 지난달 실시된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않아 국시 추가 실시가 논의 중인 가운데 정부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일각에서 ‘의대생들이 직접 사과하면 추가 국시를 논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의대생들의 직접 사과를 조건으로 추가 국시를 논의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공감대 없이 추가 국시는 가능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의대 4학년생들은 지난달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문재인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휴진(파업)에 나섰을 당시 ‘예비 의사’로서 선배들과 연대한다는 뜻에서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이후 정부가 사실상 무릎을 꿇고 ‘기존 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의협은 파업을 풀고 진료현장에 복귀했다. 그러자 의대생들도 국시 거부 방침을 바꿔 국시에 응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위한 추가 국시 실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른 분야 국가고시 응시자들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들었다. 전날(8일) 전국 주요 대학병원장들, 그리고 국내 명의(名醫)들이 총집결한 서울대병원의 원장까지 나서 고개 숙여 사과하며 “의대생들한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으나 거부당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이)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여러 경로로 국시 허용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장들이 뒤늦게라도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다투는 필수 의료 분야의 젊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고 나온 상황에서 그것을 관리해야 할 병원이나 교수님들께서도 그 부분을 잘 챙기지 못해 국민이 안전이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