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업 많지만 5년 뒤 3분의 1도 못 살아남아”

우리나라의 기업 신생률은 유럽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고, 소멸률 및 생존율도 매우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나 단순 생계형 창업의 빈번한 폐업은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는 만큼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우리나라와 유럽 주요국의 기업생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업 신생률은 15.09%로 유럽 7개국 중 가장 높은 영국(13.55%)보다도 높았다. 이어 △폴란드 12.17% △프랑스 10.03% △네덜란드 9.46% △스페인 9.08% △이탈리아 7.21% △독일 6.76% 등이었다.

 

우리나라의 기업 신생률은 2014년과 2016년에 다소 큰 폭으로 상승한 뒤 2017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박충렬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대부분 국가에서 제조업의 신생률은 낮고 숙박 및 음식점업, 정보통신업 등의 신생률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도소매업의 신생률은 전산업의 평균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신생률이 높았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수도·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재생업’, ‘운수 및 창고업’, ‘제조업’ 등은 낮게 나타났다.

 

전체 활동기업 대비 소멸기업의 비율을 뜻하는 기업 소멸률은 우리나라가 11.54%(2017년 기준)로 유럽 7개국 중 가장 낮은 프랑스(4.91%)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외에 △영국 11.74% △스페인 7.90% △독일 7.64% △이탈리아 7.40% △네덜란드 5.65% 등의 분포를 보였다. 박 조사관은 “우리나라 기업 소멸률은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등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기업 신생률이 높은 산업에서 기업 소멸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신생기업이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를 뜻하는 생존율은 유럽 7개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5.0%, 2년 생존율 52.8%, 3년 생존율 42.5%, 4년 생존율 35.6%, 5년 생존율은 29.2%였다. 창업 1년 뒤에 3분의 1 이상이 사라지고, 창업 5년 뒤에는 3분의 1도 살아남지 못하는 셈이다.

 

유럽국가 중 생존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1년 생존율 94.5%, 2년 생존율 82.6%, 3년 생존율 71.4%, 4년 생존율 62.5%, 5년 생존율 53.5%였다. 5년 뒤에도 절반 이상이 살아남으며 우리나라의 2년 생존율(52.8%)보다도 높았다. 국가별 5년 생존율은 프랑스 49.1%, 영국 42.5%, 스페인 41.8%, 이탈리아·폴란드 41.1%, 독일 39.0% 등이었다.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산업별 신생기업 생존율을 살펴보면, ‘금융 및 보험업(17.8%)’,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8.4%)’, ‘숙박 및 음식점업(19.1%)’ 등이 10%대에 그쳤고, 도소매업도 26.0%에 불과했다. 반면,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의 생존율은 76.1%로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고, ‘수도·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42.9%)’, ‘운수업(40.3%)’이 그 뒤를 이었으며, ‘제조업’의 생존율도 39.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신생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을 촉진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신생률과 함께 소멸률도 같이 높다면 무용지물이다.

 

박 조사관은 “우리나라 신생기업 생존율이 비교 대상 유럽국가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생태계는 경쟁력 있는 신생기업이 한계기업을 퇴출하는 생태계가 아니라 신생기업이 경쟁력이 없어서 창업 후 이른 시기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생태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생계형 창업을 최소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중장기적 과제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과 취업을 통해 생계형 창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