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21세기 첫 10대 테니스챔피언 등극 폴란드 출신… 학업까지 병행 케닌 꺾고 첫 메이저 타이틀 모든 경기 무실 세트로 승리 춘추전국시대 평정 기대감
한 시대를 호령했던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세계랭킹 9위)의 노쇠화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여자프로테니스(WTA)는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춘추전국시대다. 생소한 신예가 메이저대회를 깜짝 제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승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오사카 나오미(23·일본·3위), 소피아 케닌(22·미국·6위) 등은 이제 난세를 끝낼 여왕 자리의 강력한 후보들이다.
이런 여왕 후보에 또 한 명의 신예가 추가됐다. 19세의 신성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54위)다. 그는 지난 10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0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올 시즌 호주오픈 우승자 케닌을 2-0(6-4 6-1)으로 격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1세트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다 실책을 연발하며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다시 곧바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에서는 먼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고 시작했으나 이후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1시간 24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여자프로테니스 데뷔 2년 만에 만든 그의 첫 우승이 메이저 타이틀이었다. 남녀 통틀어 폴란드인 최초의 메이저대회 정상 등극이기도 하다.
2001년생인 시비옹테크는 21세기 최초의 이 대회 여자단식 10대 우승자이자 1992년 모니카 셀레스(당시 19세·현 미국)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썼다. 또한 16강에서 톱 시드 시모나 할레프(29·루마니아·2위)를 2-0으로 완파한 것을 포함해 이날 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무실세트로 승리했다. 프랑스오픈에서 여자단식 무실 세트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07년 쥐스틴 에넹(은퇴·벨기에) 이후 13년 만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시비옹테크가 테니스에 ‘올인’하지 않고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그의 등교 시간을 고려해 늘 훈련을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일정을 짰다는 시비옹테크의 코치는 “시비옹테크는 엄밀히 말하면 프로가 아닌 세미 프로 선수”라면서 “늘 보통 학생처럼 공부를 해왔다. 테니스는 아직 그의 인생에 가장 큰 부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