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암집’ 등 밀수 적발돼 압수된 문화재 한 평 크기 창고에 방치

문화재청 10층의 한 평 남짓한 창고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압수 문화재. 이상헌 의원실 제공

문화재 밀수범들이 해외로 불법 반출을 시도하다 적발돼 압수한 문화재들이 한 평 남짓한 창고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상헌(울산 북구) 의원실에 따르면 밀수범들의 항공편으로 문화재 불법 반출을 시도하다 적발돼 압수, 문화재청이 임시로 보관하는 유물은 1362점으로 확인됐다. 압수한 문화재 일부는 해당 사건의 재판이 끝나거나 원소장자가 확인될 때까지 문화재청에서 임시로 보관한다. 이러한 유물 중에는 보물 제260호 ‘미암집 목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암집은 조선 중기 문신인 유희춘의 시문집이다.

 

이상헌 의원실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이들 압수 문화재 다수가 문화재청사 10층 창고에 방치돼 있었다. 이 창고는 불과 1평 남짓한 공간이다. 심지어 체계적으로 분류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쌓아두고 있었다고 이 의원실 측은 전했다.

 

이 의원실 측은 “수년째 보관 중인 문화재도 다수 있었다”며 “문화재 전문가들은 보관 중이던 문화재들 다수는 훼손됐을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서지류를 비롯한 오랜 유물들은 온도나 습도, 빛에 취약하기 때문에 항온·항습 처리가 된 전문 보관소에서 관리돼야 하는데 문화재청의 보관소는 이 같은 기능이 없어서다.

 

문화재청에는 압수 문화재 조사를 위한 별도의 조사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이 의원실 측은 전했다. 문화재청은 조사가 필요할 때마다 지방경찰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수사협조를 요청해 그곳의 조사실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의원은 “문화재청에서 문화재사범단속 정책을 세우지 않아 생긴 비극이다”며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재청 차원에서 독립적인 사범단속반 운영, 인력증대, 조사실 확보 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