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절반도 못 맞힌 기상청

강수예보 정확도 제자리걸음
수년간 강수유무적중률 40%대
비 예보 안 한 날까지 통계에 넣어
줄곧 ‘정확도 90%대’ 꼼수 홍보
국감서 “여름 장마 예측 실패” 질타
김종석 청장 “기상망명족까지 대두
예보정확도 개선안 마련” 머리 숙여
김종석 기상청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의 강수유무적중률(TS)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강수예보 정확도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의 강수유무적중률은 2012년 47.7%, 2017년 39.0%, 2018년 48.3%, 지난해 46.3%로 줄곧 40%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그동안 강수유무정확도(ACC)를 기상예보 정확도 제시하며 강수 정확도가 90%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ACC는 강수 예보가 없었고, 실제로 비가 오지 않았을 경우에도 정확한 예보라고 평가하는 반면, TS는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실제로 비가 온 경우가 얼마인지를 따진다. TS는 비 예보가 없고, 실제로 비가 오지 않은 경우는 제외한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7년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실태’ 감사를 통해 ACC가 우리나라 기상통계에 비추어 볼 때 강수예보를 전혀 하지 않아도 90% 내외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높게 측정되므로 기상예보 정확도를 나타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상청의 지진 관측장비가 평균 3.9일에 한 번꼴로 오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8호 태풍 ‘바비’가 영향을 끼친 지 지난 8월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출근길 풍경.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기상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지진 관측장비 오작동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전국 지진관측소 265개소에서 발생한 지진 관측장비 오작동 건수는 529건으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3.9일에 한 번씩 오작동이 발생한 셈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기상청 예보관의 인력 충원이나 역량 개선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관 경력은 2016년 12년7개월에서 2019년 10년1개월로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예보관의 근무 형태도 1개 팀에 7명씩 4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5팀(1개팀 당 주간 13명, 야간 11명 근무), 영국 7팀(1팀당 22명 근무) 등 외국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부정확한 기상청 강수예보가 올해 장마로 인한 피해를 더 키웠다며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9월 7일 울산시 북구 신명동 한 해안도로가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파도에 파손돼 내려앉아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기상청은 올해 5, 6, 7월 발표한 7∼8월 장기예보에서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이와 전혀 다르게 실제로는 평년보다 훨씬 많은 등 예보가 강수량과는 많이 차이가 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이번 기상청 국감을 준비하면서 자괴감, 참담함을 느꼈다”며 “지난 기상청 국감에서 나온 모든 내용이 오늘 또다시 나왔다. 이러니 기상청과 관련해서 ‘없애라’, ‘못 맞춘다’, ‘필요 없다’, ‘오보청·구라청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이 같은 지적에 “여름철 장기예보와 일부 지역의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한 예측은 국민의 기대에 비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기상 상황 변화에 따른 추정예보를 즉시 확인하기 어려워 기상예보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기상망명족’이 대두했다”고 자인했다. 이어 김 청장은 “집중호우와 같은 국지적인 위험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관측망 해상도 개선과 위험기상 집중관측을 추진하고,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착수하는 등 예보 정확도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