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 분야에서 사용 중인 드론 두 대 중 한 대는 중국산인 것으로 12일 조사됐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공공 분야의 중국산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추세와는 역행되는 실태다.
강 의원은 “드론 산업은 이미 국토·교통, 농업,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위해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산업이 될 전망”이라며 “드론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가야 할 국토부 및 산하기관에서 대부분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분야의 국내산 드론 비율을 높여, 이후 대한민국의 국민과 항공안전을 외국의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산화 쉽진 않지만… 군·경·소방 분야라도 국내 제품 써야
공공분야 드론의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등에서 중국산에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을 통해 받은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드론 현황’을 보면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이는 눈에 띌 정도로 컸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도로시설물 점검·관리용으로 국내 한 기업의 드론 1대를 3600만원에 구매했다. 이 기관은 2017년 관내 도로 조사용으로 중국기업인 DJI사의 ‘인스파이어2’를 샀는데 대당 450만원이 들었다. 비슷한 용도의 드론인데 국산 제품이 8배 비쌌다.
국산 드론의 가격경쟁력이 중국 드론에 비해 턱없이 약화된 원인은 대기업의 진출 여부다. 중국은 대기업이 드론 산업을 주도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여왔는데 우리는 대기업의 진출이 제약돼 있다. 국내 대기업 계열 중 드론을 만드는 회사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이 회사도 수소 드론을 수출용으로 만들고 있을 뿐 국내 공공기관 공급용 드론은 만들지 않는다. 공공기관 납품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대기업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정진욱 팀장은 통화에서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처럼 대기업이 주축이 되면서 세계적인 드론을 만들고 중소기업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바라보면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DJI는 연구인력만 수천명인데 기술력에서 탁월하다”며 “이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건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야심차게 발표했으나 국산화 계획은 미미
정부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드론 산업 관련 규제혁파를 외쳤지만 정작 드론 국산화 목표는 빠져 있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드론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은 드론 기술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지만 최초로 종합적인 국가 계획을 제시해 드론 산업의 체계적 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인프라 영역에서 국민안전과 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프라 영역의 규제이슈 지원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엔 불법촬영 근절을 위한 영상·위치 정보 모니터링 강화, 드론의 국가주요시설 및 관제권 비행 허가 기준 마련 등 보안 관련 이슈들이 포함됐다. 모니터링 강화는 안전하고 적법한 비행이 가능하도록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정보에 기기 인식번호와 드론 위치 추적기 부착 등에 대한 제도 마련을 개선사항으로 했다. 허가 기준 마련의 경우에도 위치 추적기 부착 등을 개선과제로 삼았지만 모두 보안 우려가 있는 수입 드론에 대한 대비책, 국산화 계획은 없었다.
활용 영역은 모니터링, 배송·운송 분야 이슈 지원을 목표로 했다. 이 중 드론에 대한 항공촬영 절차 규제 완화 내용은 군부대 담당자 입회 없이 국내 항공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필요한 국산·수입 드론의 비밀취급 인가 기준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통신용 드론 개발 허용 이슈에선 기간 통신 사업자의 겸업 승인 없이 통신용 드론 개발을 허가하도록 하는 등 국내 업체의 드론 개발 지원책이 담겼다.
◆군·경·소방에서만이라도 국산화해야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해 정부 기관의 중국산 드론의 사용 금지를 의무화했다. 일본 정부는 드론 등 무인기 보안강화 방침을 최근에 발표했다. 내년에 적용되는 이 방침은 전체 부처가 드론을 구매할 때 운항 기록과 촬영한 사진 등에 대한 외부 유출 방지 기능이 있는 무인기 구매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사실상 중국산 드론 구매를 배제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드론은 단순히 비행뿐 아니라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탑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면 중요 데이터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경쟁력 등이 다소 떨어지지만 안보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분야에서는 국산화 비율을 차츰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분야에서 소비를 해야 드론 관련 국내 중소기업 판매 활로가 열리고 연구개발 투자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중국산 거부 움직임에 문재인정부도 공공 분야에서는 국산을 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적어도 안보·치안 등과 직결된 군·경·소방 분야에서는 우선적으로 드론 국산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전체 드론 1089개가 모두 국산제품이었다. 그런데 경찰청은 80%(56개 중 45개)가 국산제품이다. 반면 소방청은 국산화 비율이 7.3%(151개 중 11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드론 국산화 위해 표준화 선행돼야”
지난해 퇴역한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은 12일 “드론 분야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공공분야에서 하지 않으면 민간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며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총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드론은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모터, 배터리, 플라잉 컨트롤러가 다 중국제다. 소프트웨어도 상당부분 중국 것이고 국산이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전시에 물건을 수급하고 유지 보수해야 하는데 국산화를 못하면 계속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나중에 비상시 중국산 드론의 가격 폭등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초빙교수를 맡고 있는 김 전 총장은 재임 시절 무인기와 로봇을 포함한 일명 드론봇 개념을 제시해 관련 주특기를 신설하는 등 드론을 활용한 전투력 향상에 공을 들였다.
김 전 총장은 드론 국산화를 위해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량도 소형·중형·대형 규격이 얼추 비슷하지 않나. 거기에 맞춰서 부품들이 있다”며 “민·관·군의 소요가 표준화될 필요가 있다. 차량도 규격화돼 있는데 드론은 아직 그 부분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모터나 배터리 등 기술을 충분히 국산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대기업 진출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보니 기술력을 향상하는 데 과감히 투자를 못하고 있다. 그러면 정부라도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국제경쟁력을 갖고 국내 드론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드론 국산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미래 소요를 먼저 군에서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국가차원에서 제품을 개발한다. 밀리터리 스펙이 고성능을 요구하는데 강풍 등에 견디는 내구성을 충족하는 드론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맞춰서 규격과 기술이 자연스럽게 산업계로 간다”며 “군을 통해 이미 확보된 기술이 민간에서 확 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 소요를 통해서 민간 분야 기술 발전과 산업활성화를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며 “물론 군에서는 더욱 필요한데 현재 드론 비율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외국 것을 사오기도 부담스럽고 국산화를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초기 단계 때 붐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붐은 일어났는데 본격적인 붐업을 하려면 빨리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 표준화할 역량을 키워주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에서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뛰어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형창·곽은산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