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 누리꾼이 “국가 존엄을 건드렸다”며 반발하는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 불매 확산을 우려해 ‘BTS 지우기’에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곤란한 상황에 닥치니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며 정부와 여당, 기업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정치적으로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앞다투어 친한 척하고 챙기는 듯하더니 이런 곤란한 기업은 겁먹고 거리 두고, 청와대도 침묵하고, 군대까지 빼주자던 여당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주미대사의 국감 발언은 이런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야 하는 게 시대 흐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의 전날(12일) 국감 발언을 거론했다.
이 대사는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에서 “70년 전에 한국이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 전 동맹을 맺었다는 이유로 그것을 계속해야 한다면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미국(과) 동맹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 대사를 향해 “BTS의 발언을 국가 존엄을 무시했다고 덤비는 이런 국가와는 사랑해서 동맹을 맺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밴플리트 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누리꾼이 수상소감 중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에 분노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자국군이 참전한 것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고 부른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극심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애국주의·영웅주의·고난극복의 의미를 담은 ‘항미원조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논란이 ‘불매’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소셜미디어에서 BTS 출연 광고를 내렸다. 휠라도 웨이보에서 BTS 관련 게시물을 지우거나 숨김으로 처리해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김 비대위원은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1위에 오르자 정부와 여당이 ‘국위선양’이라며 치켜세웠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것을 중국 눈치를 본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BTS를 지난달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 초청했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BTS의 경제효과를 언급하며 병역특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은 정부·여당의 ‘침묵’을 겨냥해 ‘미국에대한모욕’, ‘BTS에대한모욕’, ‘동맹이사랑인가’ 등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