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과 등장한 이용수 할머니 “소녀상 철거? 일본 정신 못 차려”

“일본이 볼 때까지 소녀상 어디에나 세워 놓아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독일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철거 위기에 부딪힌 독일 베를린 소녀상을 지키고자 전면에 나섰다. 이 할머니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양심의 수도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는 안 된다”며 “일본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과 동행했는데 이는 이른바 ‘정의연 사태’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할머니의 한과 슬픔이요, 후세 교육의 심장인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며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독일도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지만 일본과 다르게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앞장선 나라”라며 “독일의 소녀상은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 아시아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절대로 베를린에 세워져 있어야 한다. 철거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또 “일본에 소녀상이 꽉 찼다. 그런데도 죄가 있으니,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다”라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피해자들이 있다. 일본은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소녀상은 어디에나 세워놔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회견 후 주한독일대사관으로 향해 철거 명령 철회 촉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용수 할머니 친필 성명문.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실 제공

앞서 베를린 미테구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일본이 강력히 문제 제기하면서, 미테구청은 지난 7일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코리아협의회가 구청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소녀상 철거는 일단 보류된 상태다. 

 

미테구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코리아협의회의 이익과 일본 측 간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싶다”며 “관련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를린에 거주하는 많은 일본 시민으로부터 소녀상에 반대하는 서한을 받았다.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린 게 아니다”라며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 주(州)정부로부터 소녀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테구는 시간과 장소, 이유를 불문하고 무력 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베를린 시민 300여명은 구청 앞에서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행진과 집회를 30분간 진행하기도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