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대책 혼선으로 민심이 동요하자 ‘기본주택’을 들고 나왔다. 대규모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도심 재개발에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장기 공공임대주택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공개된 기본주택은 소득이나 자산 등으로 입주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수도권 3기 신도시의 역세권 아파트에서 시세의 80% 임대료만 내고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임대주택은 그동안 저소득층이나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약자에게 우선권을 주던 입주 제한도 없앴다.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다.
기본주택이 자리를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질 좋은 주거 환경이 더해져야 한다.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춰 중산층까지 살고 싶어하는 임대아파트가 나와야 패러다임의 전환도 가능하다.
기본주택은 지난해 경기도가 발표한 ‘경기도형 중산층 임대주택 시범사업 모델’과 일정 부분 공통점을 지닌다.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 편의시설을 갖춘 입지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선 경기도의 중산층 임대주택 500여가구에선 실험이 진행 중이다. 109㎡(33평) 기준 임대료는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 67만원 수준으로, 조식·청소·세탁·세차 등 호텔식 주거 서비스도 일부 도입됐다.
◆패러다임 전환 무대는 3기 신도시… 원가 보전, 장기임대비축리츠 도입
기본주택은 이 같은 중산층 임대주택 모델에서 거품을 더 빼고 공공성을 강화했다. GH가 직접 조성한 주택을 민간 임대나 분양으로 돌리지 않고 장기 임대하는 게 차이점이다.
기본주택의 임대료(조성원가 3.3㎡당 2000만원 기준)는 3인 가구(전용 59㎡) 월 48만5000원, 4인 가구(전용 74㎡) 월 57만3000원 수준으로 계획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주변 시세의 60% 안팎이 될 예정이다. 여기에 아파트 최상층에 스카이라운지와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춘 ‘스카이 커뮤니티’를 설치해 임대주택의 고급화를 이룬다는 복안이다.
GH는 이처럼 임대주택이 혐오시설로 취급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대를 3기 신도시로 잡았다. 경기도와 GH는 하남 교산과 안산 장상, 과천의 3기 신도시 지역에서 주택공급 물량의 절반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기존에 예정된 임대주택 물량 35%와 합하면 신도시 전체의 85%가 공공임대가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3기 신도시 조성은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영역인 데다 공급물량 중 기본주택과 일반분양의 형평성 문제 등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재원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GH는 기본주택은 사업자 측면에서도 최소한의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공급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재원 조달을 위해 기존 정부 재정지원과 공공택지 사업을 통한 교차보전에서 벗어나 ‘장기임대 비축리츠’(가칭)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출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맡는다.
비축리츠는 공공사업자가 건립한 임대주택단지를 매입하고, 다시 공공사업자는 이 단지를 리츠에서 임차해 임대주택을 공급·관리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경기도형 기본주택 대량공급을 위한 선행 정책 과제로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무주택자 대상 장기임대주택 유형 신설 △핵심지역 역세권 용적률 500%로 상향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을 1%로 인하하는 등 자금조달법 개선 등이 꼽힌다.
이 사장은 “주거가 안정된 해외 선진국에선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아주 부자 빼고는 모두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정부가 이런 형태의 임대주택을 인정해주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주택은 이르면 2025년 첫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GH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 내년 착공 가능한 시범 사업을 구상 중이다. GH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2023년쯤 토지를 쓸 수 있어 정부와 대량공급에 합의하더라도 2025년에서 2026년은 돼야 기본주택이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