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난 15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아는가?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세계 손 씻기의 날’이다.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이날은 2008년 10월15일 유엔 총회에서 각종 감염에 따른 어린이 사망을 막고자 제정됐으며, 소홀할 수도 있는 손 씻기의 중요성을 되새겨보자는 게 그 취지다.
◆일상이 된 손 씻기… 잘 지키면 호흡기 질환 발병률 낮춰
이날 저녁에 살펴본 서울역 남자 화장실에서도 20대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성은 세면대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나갔고, 양손에 든 여행용 가방 탓인지 외국인 남성도 그 뒤를 따랐다. 10분간 살펴본 결과 34명 중 6명이 손을 씻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에 공개해 약 19만건의 조회 수를 올린 ‘손 씻기 관찰 카메라’의 내용은 참으로 흥미롭다. 그해 9월22일 공중 화장실 이용자 1039명을 관찰한 결과 물로만 씻거나(43%) 비누로 손을 씻은(24%) 이용객이 67%로 나타났다. 비누로 손 씻은 이들 중에서는 단 2%만 30초 이상 꼼꼼하게 세척한 것으로 조사됐다.
◆꼼꼼하게 손 씻으려면 ‘생일 파티’ 노래 두 번만 부르자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개한 순천대의 ‘감염 고위험군 접촉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1시간 동안 손으로 22.1번 얼굴을 만졌다. 호흡기로 직접 통하는 코는 시간당 4.7회, 입은 2.9회, 턱은 4.3회, 머리는 3.6회, 볼은 3.1회, 눈은 1.3회 등이었다. 13개월∼6세의 소아는 손으로 시간당 45.4번 얼굴을 만져 고령층의 두 배를 넘었다. 호흡기와 연결된 입(12.7회)과 코(10.2회)를 만진 빈도 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연구는 질병관리청이 2018∼2019년 순천대에 의뢰한 정책연구 용역으로 이뤄졌으며, 관찰 카메라로 30명의 일상을 보고 통계를 냈다고 한다.
재채기를 한 감염자의 분비물이 닿은 물건을 손으로 접촉한 이가 이처럼 무의식 중 얼굴로 손을 가져가면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호흡기로 바이러스가 옮겨지면서 ‘조용한 전파’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손바닥→손등→손가락 사이→두 손 모아→엄지→손톱 밑’ 순서를 거치는 올바른 6단계 손 씻기를 권장한다. 아울러 우리가 생일 파티 때 ‘생일 축하합니다’로 시작하는 노래를 두 번 부르면 손을 씻으면 어느새 질병관리청이 권하는 ‘30초 이상’ 세척을 준수하게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기자는 딱 33초가 나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