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의 대중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맞대응보다는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대만에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자극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馬雲)이 지분 50.5%를 보유한 핀테크 전문 금융 자회사 앤트 그룹이 대상이다. 앤트는 전 세계 9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앤트가 수출규제 명단에 오르면 미국 기업들이 하이테크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가 어려워져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미 국무부는 또 반중 시위 탄압을 문제 삼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제재 대상 인사 11명과 중요한 거래를 한 금융기관을 6개월 이내에 색출해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이 같은 전방위 공세에 중국은 겉으로는 단호하게 맞서는 듯하지만 대응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선 결과를 보자는 관망 분위기가 깔려 있다.
대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대만 차이잉원 총통 정권을 향해 전쟁 예고 수준의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인민일보는 “양안 인민 모두 무력충돌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지만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모두 ‘대만 독립’ 때문”이라며 “정세를 조속히 인식하고 일찍 손을 거둬들여 죄를 뉘우치고 잘못된 길을 돌아 나오기를 바란다. 이를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라는 표현은 중국 외교 용어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문구다. 앞서 중국과 인도가 국경 갈등으로 전쟁을 개시하기 하루 전날인 1962년 9월 22일 인민일보 사론(社論)에 이 표현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이 광둥성에서 인민해방군 해군 육전대(해병대)를 시찰한 후 중국이 상륙부대의 합동작전 훈련을 늘리는 등 전투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7년 2만명에 불과하던 육전대 병력 규모를 10만명까지 확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육전대는 대만 침공이나 미국, 주변국과 마찰을 빚은 남중국해 등의 유사시에 선봉대로 투입되는 부대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