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앞두고 소셜 미디어와 정면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3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거대 소셜 미디어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의 임원으로 일하면서 부친의 후광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다룬 뉴욕 포스트(NY)의 기사를 링크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셜 미디어가 미국 주요 일간 신문의 기사 링크를 차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뉴욕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넘겨주었다며 헌터 바이든의 개인 이메일 내용을 근거로 헌터가 부리스마 측 인사를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에게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 기사 내용을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링크 차단 결정을 내렸다. 두 소셜 미디어는 이 기사를 퍼 나른 트럼프 캠프 관계자의 계정도 차단했다가 해제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는 친 트럼프 성향의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의 폭력을 선동하는 동영상 게재를 차단했다. 유튜브는 또 기존의 콘텐츠 규정을 위반한 큐어넌 동영상 수만 개를 삭제하고, 수백 개 채널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튜브가 큐어넌의 유튜브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고 미국의 CNBC 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큐어넌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큐어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원과 많은 명사가 연루된 전 세계적인 소아성애자 집단과 비밀리에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포스트 기사를 차단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비즈니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일은 모두 큰 소송으로 끝날 것”이라며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매우 심각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마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소송 제기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유세 연설에서도 “지금 빅 테크(Big Tech)가 바이든이 궁지에서 벗어나도록 기사를 검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물에 관한 소셜 미디어 기업의 면책권을 규정한 통신품위법 230조를 즉각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아짓 파이 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통신품위법 230조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들에 부여한 면책 특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치적 발언을 검열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북한, 혹은 이란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미 공화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이 의회에 출석하도록 소환장 발부를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법사위원장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잭 도시 트위터 CEO에게 법사위 출석 소환장을 보낼지 20일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고, 공화당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및 도시 CEO에게 11월 대선 전에 의회에 출석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