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여권뿐 아니라 야권 인사에게도 로비를 벌였고, 접대한 현직 검사 중 한 명은 라임 수사팀에 합류해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폭탄발언’으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김 전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지난해 7월 전관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며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실제 1명은 수사팀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5월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보니 접대 자리에 있던 검사가 수사 책임자였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하며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내놨다. 그는 “검사가 진술 대부분을 작성해 책임자에게 인터넷으로 공유하면 수사 책임자가 원하는 대로 내용을 수정한 뒤 본인에게 인정시키는 식으로 수사가 시작됐다”며 “사건 조사 당시 수사 검사와 다른 의견으로 진술했더니 반말을 하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도 로비를 벌였으며, 이를 검찰에 밝혔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라임펀드 청탁 건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등에 수억원을 지급했다”면서 “(검찰) 면담 조사에서 이를 얘기했음에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검찰이 정권을 겨냥한 타깃 수사를 벌였다는 게 된다. 진실 여부를 놓고 논란을 예고한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은행은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으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현직 검사와 수사관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사실”이라며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야당 정치인은 “라임 자금이 들어간 회사 중에 내가 자문을 맡았던 곳이 있을 뿐 로비와는 무관하다”며 “김 전 회장과도 모르는 사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야당이 주장하는 현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라 사기 사건을 정치권과 연동하려는 ‘검찰 게이트’가 아닌가 싶다”며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김봉현의 자필 서신에 대한 법무부의 빠른 감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강 전 수석에게 전달하는 줄 알고 5000만원을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줬다고 법원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추 장관이 관련 의혹에 대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중대한 사안이므로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직접 감찰에 착수하도록 지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선영·유지혜·이현미·송은아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