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일만에 ‘족쇄’ 벗은 이재명, 지지자들 “이제 대선으로 가자”

파기환송심서 무죄… 대권가도 힘 실릴 듯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활짝 웃으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수원=뉴스1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하고 이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마침내 ‘사법 족쇄’를 벗었다. 그가 고발당한 2018년 6월10일 이후 860일만인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이날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심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론회에서의 피고인 발언 내용을 보면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 후보자 질문에 대한 답변일 뿐, 적극적·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공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 후 새로운 증거가 제출된 바 없으므로, 기속력(임의로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에 따라 이 같이 판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지사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허위사실공표)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유죄로 보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날 이 지사는 선고공판을 마친 뒤 나와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이런 송사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도민들을 위한 길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선은 국민들이 대리인인 우리 일꾼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부여해주시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해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개선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도 강조했다.

 

검찰을 겨냥한 질타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 지사는 “죄가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 교묘히 허위주장을 제기해 도정 운영에 방해를 주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검찰이 세계에 또 어디 있나”라면서 “검찰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돼 있고, 그것이 남용되고 있기 때문에 (권한이) 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사를, 권력자를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져 즉각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올해 국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 대해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16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 족쇄’를 벗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판을 마친 뒤 지지자와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법원 주변에 몰린 이 지사의 지지자 100여명은 무죄 판결 소식을 들은 뒤 “이재명 화이팅” 등을 연호하며 기뻐했고,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공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가 지지율 20%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17%)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지지자는 “이제 대선으로 가자”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날 이 지사는 지지자들과 10여분간 주먹 인사 등을 나눈 뒤 준비된 차량에 올라 자리를 떴다.

 

이 지사가 사법 족쇄에서 완전히 풀려나면서 향후 그의 대권 행보에 힘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지사는 지난 7월 대법의 파기환송 판결로 당선무효 위기에서 벗어나자마자 각종 쟁점마다 목소리를 내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신천지에 대한 강제 역학조사 및 선제 방역조치, 재난기본소득 추진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국민적 공분을 산 부동산 이슈와 관련해서도 정책 제안을 쏟아낸 바 있다. 야당을 향한 독설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