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열풍 가세한 ‘티볼리’… 민첩하고 강력해진 ‘코나’

‘불꽃 경쟁’ 소형 SUV시장 신모델 도전장
내부공간 넓어진 쌍용차 ‘티볼리 에어’
젊고 역동적인 현대차 ‘더 뉴 코나’

올해 국내 자동차 트렌드 중 하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기아차 셀토스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 초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삼성의 XM3가 가세하며 소형 SUV 시장엔 불꽃이 튀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형 SUV 시장은 매년 20% 이상의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 티볼리가 출시된 2015년 8만2308대였던 소형 SUV 판매량은 2016년 10만4936대에서 2017년 14만459대, 2018년 15만2635대로 늘었고, 지난해엔 17만8710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올해 1~9월에도 벌써 14만대가 넘게 팔렸다.



이 경쟁은 하반기에 더 격화된다. 국내 소형 SUV의 원조 격인 쌍용차 티볼리의 롱바디형 ‘2021 티볼리 에어’가 재출시됐고, 현대차 대표 소형 SUV인 코나도 상품성 개선 모델인 ‘더 뉴 코나’를 최근 내놓으면서 10종 이상이 넘는 소형 SUV가 판매량 톱을 노린다.

◆1년 만에 귀환한 쌍용 ‘티볼리 에어’… 차급 넘는 공간성

티볼리 에어는 2016년 3월 처음 출시됐다. 2015년 출시돼 국내 소형 SUV 열풍을 일으켰던 티볼리의 공간 활용성을 높인 모델이었다. 지난해 10월 강화된 환경 규제와 차체 크기와 가격대가 비슷한 신형 코란도와의 판매 간섭 등을 이유로 단종됐다.

이 차량이 1년 만에 다시 출시된 것은 ‘시대의 요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레저인 차박(자동차+숙박)의 유행이 바로 그것이다. 티볼리 에어는 소형 SUV이면서도 중형SUV 못지않은 내부 공간을 갖췄다. 신형 티볼리 에어의 캐치프레이즈가 ‘마이 매직 스페이스’(My magic space)인 이유다.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 에어의 트렁크 용량은 720L다. 소형 SUV의 트렁크 용량이 400~500L이다. 티볼리 에어는 여행용 트렁크를 4개까지도 실을 수 있다. 2열 좌석을 접을 경우 1440L까지 확대된다.

또 2열 좌석을 접으면 길이 180㎝, 폭 110㎝의 성인 2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키가 178㎝인 기자가 누워본 바에 따르면 머리 공간이 다소 부족했다. 헤드레스트로 인해 완전한 평탄화가 아닌 머리 부분이 조금 올라온 것도 불편했다. 이는 평탄화를 지원하면서 2열 레그룸 공간을 메울 수 있는 매트리스 등을 활용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최대 187.9㎝의 길이가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 출고하면 매트리스를 비롯한 차박용 아이템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쌍용차는 2열 좌석을 완전히 제거하고, 전기공급 장치와 냉장고 등을 추가해 차박용으로 개조한 티볼리 에어도 추후 선보일 계획이다.

공간만이 전부는 아니다. 티볼리 에어는 준수한 주행 성능과 디자인, 안전·편의 사양들도 개선됐다. 지난 14일 티볼리 에어 A3 모델을 시승, 시내와 고속도로 등 약 100㎞ 구간을 주행했다. 외관은 지난해 부분변경을 거친 티볼리와 동일하다. LED 안개등을 감싼 일체형 범퍼와 캐릭터라인의 후드가 스포티하고 강렬한 인상을 줬다.

티볼리 에어엔 최고출력 163ps(마력), 최대토크 26.5㎏·m의 성능을 발휘하는 1.5 터보 가솔린 엔진과 AISIN 6단 변속기가 탑재됐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았는데도 기대 이상의 가속력을 발휘했다. 변속감도 부드러웠다. 고속도로로 진입해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강력한 힘으로 도로를 박차고 나갔다. 고속주행에서 노면소음과 풍절음이 다소 있었으나 신경 쓰이는 수준은 아니다. 코너링과 제동력도 안정적이었다.

다만 핸들의 묵직함은 덜한 느낌이었다. 중앙차선 유지보조(CLKA) 장치를 이용하면 이 부분도 해소된다. 단순히 차선을 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정중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핸들을 강하게 유지해줬다. 이외에도 디지털 인터페이스 ‘블레이즈 콕핏’이 적용된 계기판은 터널 진입 등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시각적으로 변화하면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센터페시아 부분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상을 준다. 가성비도 뛰어나다. A1 모델은 1898만원부터, A3모델은 2196만원부터다.

◆작지만 강력한 힘 현대 ‘더 뉴 코나’… 운전 재미 높였다

코나는 현대차가 2017년 야심차게 내놓은 첫 소형 SUV이다. 신차 발표회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직접 코나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민 속에서도 꿈을 꾸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 또는 젊은 생각을 하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언급했던 코나의 젊은 정체성은 3년 만에 나온 이번 상품성 개선 모델에도 계승됐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등의 디자인이 바뀌고 전장도 40㎜ 길어지면서 이전모델보다 좀 더 날렵해진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현대차가 이번 코나의 특징을 강조하는 캐치프레이즈도 민첩성(Be nimble!)이다.

이번 코나는 가솔린 1.6 터보 모델에서 3가지 트림,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3가지 트림, 일반 모델의 성능을 높인 N라인에서 2가지 트림 등 모두 8개로 나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대도 가장 기본 사양인 1.6 터보 스마트 트림이 2031만원이고, N라인 인스퍼레이션은 2814만원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여기에 옵션까지 더 하면 최저와 최고 가격이 12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현대차는 2.0 가솔린 모델과 N라인 보다 더욱 고성능 ‘N’도 추가하는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5일 시승한 차량은 N라인 인스퍼레이션이다. 현대차의 SUV 라인업에 처음으로 N라인이 적용됐다. 이날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양주의 기착지까지 왕복 70㎞ 구간을 주행했다. 가솔린 모델과 N라인은 CVVD(흡기 연속가변 밸브 열림 기간 제어 장치) 등 신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기존 모델보다 20ps 이상 향상된 198ps, 최대토크 27.0㎏·m의 힘을 자랑한다. 가속페달을 밟자 파워트레인의 역동적인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묵직한 핸들에서는 안정감이 들었다. 핸들을 돌리는 대로 조향이 즉각 반응하면서도 균형도 잘 유지했다. 디자인뿐 아니라 탁월한 주행능력까지 갖춰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코나는 차음필름을 전면 유리에 적용했고, 차체와 부품 각 부위에도 흡차음재를 넣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실제 시동을 걸었을 때 계기반을 다시 살펴볼 정도로 조용했고, 정지 상태에서도 오토 스탑이 발동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고속 주행 시에는 노면 상태에 따라 크지는 않더라도 소음이 느껴지긴 했으나 주행성에 초점을 두고 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을 튜닝한 N라인이라는 점과 소형 SUV라는 차급을 감안하면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전체 주행의 3분의 1 정도는 스포츠(SPORT) 모드(나머지는 노멀 모드)로 진행했음에도 연비는 17.9㎞/L가 나왔다. 고속 구간이 더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8인치 휠과 4WD인 부분을 고려하면 준수했다. 현대차는 기존 코나 대비 연비가 8.6%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주행하도록 돕는 ‘고속도로 주행보조’(HDA)는 상당히 수준급으로 올라왔다는 느낌이다. 커브에서도 차선 중앙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줄 뿐 아니라 앞차와의 간격에 따른 급정지나 급출발을 하지 않아 자연스러웠다.

전방 차량과 충돌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와 차로 변경 중 후측방 차량과 충돌하지 않도록 돕는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등 안전사양들도 유용하게 쓰였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