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 서른이 된 여성 A는 다섯 살 위의 남자친구와의 연애가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를 묻자 “오빠가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결혼 생각이 있는 듯하다. 난 아직 당장 결혼할 생각도 없고,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A에게 남자친구가 결혼을 직접 언급하거나 혹은 암시하는 말을 한 적이 있냐고 물으니 A는 “딱히 결혼에 대한 뜻을 직접적으로 내비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오빠 나이가 30대 중반이고, 결혼적령기이니 결혼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이 대화를 듣던 20대 후반 여성 B도 “저도 나이 차이를 보진 않는데, 30대 중후반의 남성은 1년 안에 결혼하자고 할 것 같아 꺼려진다”고 거들었다.
A와 B의 말을 들으니 문득 흘러간 나의 지난 연애가 떠올랐다. 5살 아래였던 그녀는 헤어질 때 “난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데, 오빤 1년 안에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래서 좀 부담스러워”라고 말했다. 나 역시 A의 남자친구와 마찬가지로 결혼을 직접 언급하거나 결혼을 암시하는 말을 한 적도 없어서 무척 억울해했다. A처럼 그녀도 30대 중반의 내 나이가 주는 결혼에 대한 압박을 느꼈던 걸까 싶었다.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에 빠졌다. 연애의 목적이 과연 결혼인 걸까. 흔히 그렇게 생각들 한다. 하지만 내 결론은 결혼은 연애의 한 결과일 뿐, 결코 목적은 아닐 뿐 아니라 ‘아니어야’ 한다는 거다. 연애의 목적은 그저 ‘연애’일 뿐인데. 나이가 좀 들었다고 해서 결혼을 위해 연애한다고 치부되는 현실과 그런 내 나이가 싫어졌다.
남정훈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