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간 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열린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1)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아주 정치적인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사진 속 스위프트는 ‘바이든 해리스 2020’이라는 글자로 장식된 수제 쿠키가 가득 든 접시를 들고 있었다. 이날 나온 ‘V매거진’ 신간에서 건강·인종·젠더 문제를 언급하며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그는 “부통령 후보 토론회 날 잡지가 나오다니 너무 적절하다. TV에 대고 소리를 지르면서 해리스를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르브론 제임스 vs 커트 실링·마리아노 리베라
트럼프 대통령 쪽에는 골든 글로브·에미상 수상자인 배우 로잰 바,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제임스 우즈 등이 있다. 로커 키드 록은 유세장에도 등장해 지지자들의 흥을 돋운다. ‘밤비노의 저주’를 86년 만에 깨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커트 실링, 명예의 전당에 만장일치로 헌액된 뉴욕 양키스 ‘전설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등도 트럼프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파나마 출신인 리베라는 “트럼프가 미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다른 라틴계 이민자 출신 선수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 등에 항의하며 백악관 초청행사를 보이콧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래퍼 카녜이 웨스트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트럼프의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썼던 그는 올해 들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고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섰다.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바이든을 지지하는 흑인 표를 일부 가져와 격전지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과 언론은 웨스트가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해 입후보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우리나라도 과거보다는 연예인 등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자유로워졌지만,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이런 풍토가 형성됐다”며 “정치적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반대 진영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덜하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후보 지지가 논란을 일으킨 인물은 ‘더 락’이라는 별칭을 가진 프로레슬러 출신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 정도다. 그는 “바이든과 해리스가 우리나라를 이끌 최고의 선택”이라며 생애 처음으로 특정 정치인을 공개 지지했는데, 팔로어가 2억명이 넘는 그의 인스타그램에서는 “당신과 함께하겠다”, “정치에 관여하지 마. 당신은 팬을 잃었다” 등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유명인 공개 지지에 표심도 움직일까
광고주들이 스타들과 같은 제품을 쓰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톱스타를 광고에 출연시키듯 정치인들도 비슷한 기대를 할 수 있다. 2008년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윈프리의 지지는 오바마에게 100만표를 몰아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메릴랜드대 경제학자들은 분석했다.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도 많다. 2016년 미 대선이 그랬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1억9560만명으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찰리 신, 마이크 타이슨 등의 2100만명보다 훨씬 많았지만, 백악관은 트럼프가 차지했다.
하지만 쿠퍼 로런스는 여전히 ‘친밀함의 환상’이 정치 공간에서 작동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타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과거보다 친밀하게 소통하는 시대가 온 만큼 유명인의 정치적 발언이 팬들에게 영향을 주며, 특히 젊은층을 투표소로 이끄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플로리다가 이번 선거를 뒤흔들 수 있다”면서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자 수시간 만에 온라인 등록 사이트가 마비된 일이 대표적 예다. 플로리다주는 “시간당 110만건의 트래픽이 예기치 않게 몰렸다”며 등록 마감시한을 하루 연장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