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았던 손흥민(28·토트넘·사진)은 최근 득점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며 명실상부한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거듭났다. 특히, ‘역습’으로 한정할 경우 빠른 주력과 강력한 양발 슈팅 능력을 갖춘 그의 존재감은 거의 세계 최정상급이다. 자연스럽게 상대 팀들은 토트넘의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 수비라인을 낮추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손흥민의 존재만으로 토트넘이 경기 전체의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19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2020∼2021 EPL 5라운드 경기에서 이런 손흥민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토트넘은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있을 때는 시종 경기를 지배하며 3-0으로 앞서나갔지만, 손흥민이 교체 아웃된 뒤 순식간에 주도권을 내주고 10여 분 만에 3골을 추격당해 3-3으로 비겼다.
하지만 손흥민이 교체로 빠져나간 후반 35분 이후 모든 문제가 터져 나왔다. 손흥민이라는 날카로운 창이 사라진 뒤 웨스트햄이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반격에 나섰고 이러자 토트넘의 수비 불안이 그대로 드러난 것. 결국, 후반 36분 프리킥 상황에서 파비안 발부에나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데 이어 후반 37분 토트넘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의 자책골까지 나오며 7분 만에 2골을 추격당했다. 웨스트햄은 기세를 더욱 올렸고, 이는 동점골로 이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마누엘 란치니가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고, 이는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의 손에 잡힌 듯 보였던 승점 3이 승점 1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충격적 결과에 손흥민도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승점 2점을 손해 봤다. 우리가 경기에서 진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내며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집중해야만 한다. 좋은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