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또 꺼낸 추미애… 윤석열 “수용”

‘검언유착’ 의혹 이어 두번째 발동
秋 “라임·가족의혹 사건 손 떼라
검사 향응 수사도 제대로 안 돼
독립적 수사 보장… 결과만 보고”

尹, 33분 만에 장관 지시에 응답
“펀드 사기 철저히 단죄해 달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세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로 두 번째고, 현 총장에 대한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5건의 수사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배제해 사실상 윤 총장을 불신임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부는 19일 오후 5시34분 공지를 통해 추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과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의 수사지휘를 윤 총장에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 경우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 장관 수사 지휘에 따라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남부지검 수사팀은 수사 결과만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이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수사팀 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검사장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 받고도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보고가 누락되는 등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이밖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찰 출신 변호사가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와대 수석 정도를 잡아야 한다며 회유·협박하고, 수사팀이 66차례 소환하며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주장과 현직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접대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도 보고나 수사가 누락된 점 등을 수사지휘권 발동의 이유로 들었다. 특히 추 장관은 윤 총장 가족과 관련된 의혹 등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사건까지 모두 5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은 라임 사건 외에 △윤 총장 배우자 금품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요양병원 요양급여비 편취 의혹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로비 의혹 사건 무마 의혹 등을 수사지휘 사건으로 거론했다. 광범위한 수사에서 윤 총장의 지휘 권한을 배제한 것으로, 전례가 없는 강력한 조처다. 추 장관은 “본인과 가족,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하여 할 사건”이라며 독립적인 수사 진행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설치된 조형물에 대검청사가 투영되고 있다. 뉴스1

법무부는 지난 7월 ‘채널A 전직기자 강요미수 의혹’때 윤 총장은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형성권’에 해당한다던 당시 대검 발표를 거론하면서 “이번 수사지휘도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형성권이란 권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권리의 발생, 변경, 소멸 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7월 추 장관의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당시 전면 수용까지 일주일이 걸렸던 윤 총장은 이번에는 33분만에 수용 입장을 표명했다.

대검찰청은 오후 6시7분 윤 총장이 더 이상 라임사건 지휘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하라“며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관련 사건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윤 총장은 자신의 가족 및 측근에 대한 수사지휘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