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경관보존 등 농민들 기여에 보상을
23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농민수당은 ‘공익수당’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식량의 안정공급과 경관보존 등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농촌 마을의 최소단위 공동체인 농가를 유지·육성해 농촌 고령화와 청년 농업인 감소 등으로 붕괴하는 농촌과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데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농민수당은 주로 경작 면적에 따른 소득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공익형직불제나 모든 농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개념의 농민기본소득과 다르다.
◆형평성 논란과 지자체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가 시행 중인 공익형직불제와의 중복 가능성, 부정수급 및 형평성 논란, 지자체의 재원부담 등이다.
우선 정부는 올 들어 1000∼5000㎡ 영세농들에겐 농가당 연 120만원씩의 ‘소농직불금’을 지급하고 면적단위 외 친환경·경관보전 등의 선택형직불제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농민수당을 추가로 줄 경우 중복 지급 및 도시 근로자, 자영업자 등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형평성 논란은 지역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예컨대 농민수당이 경영체 등록 경영주로 국한되다 보니 웬만한 은퇴농과 여성농민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은퇴농은 주로 농촌에 살면서 농번기 때 품삯을 받으며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고 남편이 있는 여성농민은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농민수당을 지급한 전남 해남군의 경우 실제 농사를 짓지만 농민수당을 받지 못하는 농민이 13%에 달한다. 인근 장흥군 장흥읍의 한 농민은 “1000㎡ 이하로 농사를 지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농민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충남도는 경영체 경영주, 종합소득 3700만원 이하 농민 등으로 지급대상을 제한해 미수령률이 40∼50%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부부가 별도 경영체를 등록하는 편법으로 수당을 더 받는 사례도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해남군의 농민수당 도입 전 농업경영체 수는 1만4617개였지만 지급 후 1만5640개로 7% 늘었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재원부담은 수백억∼수천억원이 들지만 실제 농민들이 받는 돈은 수십만원에 불과한 간극에서 비롯하는 불만과 갈등이 상당하다. 지난 2월 관련 농어업인 수당 관련 조례를 제정한 강원도는 625억원이 넘는 재원을 도와 시·군이 어떻게 분담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최근에서야 도가 60%, 시·군이 40%를 대는 것으로 합의했다.
경남도와 제주도는 아예 지급 규모를 ‘예산범위 내’로 제한했고, 충북도는 농민수당을 연 1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대폭 줄여서야 조례가 통과됐다. 전북도 관계자는 “광역·기초단체 모두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다”며 “공익수당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감안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에 걸쳐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