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특별고용노동자 등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단적인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53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시장의 새로운 불평등 구조”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더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대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도 대면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각별히 신경써주길 바란다”며 “여성노동자 비율이 특별히 높은 간병인, 방과후 교사, 아이돌봄이 등 비정규 노동자들은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며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또 “코로나로 인한 돌봄과 교육 불평등 해소도 중요한 과제”라며 “소득격차가 돌봄격차와 교육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고 정교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 개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남아있는 중요한 국정과제들도 차질 없이 진행돼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긴밀하게 협조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 12일엔 한진택배 동대문지사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숨졌다. 해당 택배기사는 사망 나흘 전 사측에 “너무 힘들다. (물량을) 안 받으면 안 되겠느냐”는 내용의 문자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과로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