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독감 접종은 꼭 했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어요.”
6살, 3살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최모(38)씨는 본인과 자녀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독감백신을 맞은 사람이 숨지는 사례가 나오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백신 상온 노출 이야기를 듣고 꺼림칙한 마음에 접종을 미뤘었는데 사망 소식을 들으니 불안감이 더 커졌다”며 “백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난 건 아니지만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일단 접종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 분위기다.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37·여)씨는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접종을 하는 건데 지금은 꺼려진다”며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지켜보다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7살, 3살 아이를 키우는 정모(38)씨도 “올해에는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독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적은 편 아니냐”며 “접종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접종 예약 취소 사태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 강동구의 한 이비인후과 앞에도 독감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예방 접종을 하러 왔다는 이모(42)씨는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백신이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있어서 접종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독감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지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을 종합해 볼 때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은 아주 오랫동안, 다수에게 접종해온 백신으로 최근 사례처럼 단기간에 사망이나 중증 위험 반응에 이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쉽사리 인과관계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자의 경우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된다면 접종 시기를 미룰 필요는 있다”면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김승환 기자, 대구=김덕용 기자, 전국종합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