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중국 의존성을 낮추고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한국에 훌륭한 시장이다.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은 해마다 평균 5%의 이상의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며 젊은 활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 차이나’를 대표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주력국가로서 최근 성장가도를 달리며 우리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문재인정부가 내건 ‘신남방정책’의 핵심 교역국이다. 풍부한 인구와 값싼 노동력, 안정적인 사회분위기 등으로 해외기업의 진출 환경이 잘 구비돼 있다. ‘박항서 매직’ 등 한류 열풍 덕분에 우리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베트남 진출에 꾸준히 공을 들여온 국내 금융사들은 최근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3년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체 직원의 97%, 지점장의 절반 이상이 현지인이다. 또 유통 분야 또한 재래식 슈퍼마켓 중심에서 편의점, 백화점, 면세점, 전자상거래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2008년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딘 롯데그룹은 4억달러(누적)에 가까운 투자를 했고 쇼핑몰과 호텔, 종합쇼핑센터 등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우리 기업이 활동하기에 여건도 좋다. 한국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로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구축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이른바 ‘박항서 매직’으로 불리는 현지 축구팬들의 열기가 뜨겁다.
인도네시아는 인도에 이어 우리나라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한 두 번째 나라이다. 인구 2억7000만명, GDP 1조422억달러(세계 17위)로 아세안 회원국 전체에서 40%에 이르는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우리와 교역액은 200억달러로 한·베트남 교역액 683억달러의 30%에 미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자카르타에서 신남방정책을 선언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을 적극 챙겨왔다. CEPA 협상에서 한국은 수입품목 중 95.5%(기존 90.2%), 인도네시아는 93.0%(기존 80.1%)의 관세 철폐에 합의하며 상대의 문턱을 낮췄다.
포스코와 한국타이어, CJ그룹 등은 2010년대 들어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짓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고 현대자동차도 자카르타 인근 델타마스에 대규모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이 지배적 위치에 있었지만 현대차 등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인도네시아는 LG화학 등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더 강하게 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에는 부동산으로 경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부동산시장을 개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둔화 현상에 중국 시장까지 흔들리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은 늘어날 것”이라며 “베트남에 있는 7000개 가까운 한국 기업이 모두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