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김연경(32)은 지난 6월 친정팀인 흥국생명으로 전격 복귀하며 수많은 배구팬들을 설레게 했다. 김연경과 V리그 최정상 공격수 이재영(24),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4)이 뭉쳐 ‘꿈의 라인’이 완성되며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이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그러나 스포츠는 언제나 섣부른 예상을 불허하는 법이다. 8월 정규리그 전초전으로 열린 KOVO컵에서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지만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게 0-3으로 덜미를 잡혔다. 김연경 복귀 당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중 입은 부상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배구의 중단까지 겹친 탓에 긴 시간 실전 경기를 갖지 못했던 것이 강력한 도전자와의 결승전에서 영향을 미쳤다.
이런 김연경이 자신의 V리그 복귀전이기도 한 GS칼텍스와의 한 달 만의 리매치에서 대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3-1(29-27 30-28 26-28 25-17)로 승리했다. 김연경은 이 경기에서 42.55%의 공격성공률 속에 외국인 공격수 루시아(29)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25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전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김연경의 컨디션은 아직 80% 정도”라며 아직도 공백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2009년 4월11일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 이후 4211일 만의 V리그 복귀로 인한 긴장감까지 겹쳐 1세트에 4득점, 공격성공률 14.29%라는 ‘배구여제’답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루시아와 이재영의 활약 속에 듀스 접전으로 치러진 1세트를 잡아내긴 했지만 김연경은 4득점, 공격성공률 14.29%로 제몫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방이 거듭될수록 김연경의 본모습이 살아났다. 역시 듀스 접전을 펼친 2, 3세트에 각각 50% 이상의 공격성공률로 7득점, 8득점을 올렸고, 마지막 4세트에도 팀에서 가장 많은 6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뒤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에게 30~40점을 바라는 건 아니다. 득점이 필요할 때 해줘야 한다”면서 “오늘 본인 역할을 다 해줬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연경도 결과에 흡족해했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KOVO컵 패배 후 오늘만 기다렸다”면서 “초반에 생각이 많아서 잘 안 풀리기도 했는데 결국 이겨내 좋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