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징계를 받은 금태섭(사진) 전 의원이 21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내 소신파로 분류됐던 금 전 의원이 끝내 당을 떠나자 친문재인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철새 정치인”,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등의 조롱을 보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당론으로 채택한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지난 5월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았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조국 백서’에 참여한 김남국 변호사(현 의원)가 그의 지역구에 ‘자객 공천’됐다가 물러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경선에서 떨어졌다. 공천 낙천이라는 정치적 책임을 졌는데도 징계를 당해 이중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이날 “아쉬운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강성 친문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김남국 의원은 “최근에 보기 힘든 철새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금 전 의원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중진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 의향이 어떤지는 확인한 적이 없으니 두고봐야 한다”면서도 “한번 만나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완전히 떠나지 말고 권토중래하시길 바란다. 조만간 우리가 함께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탈당했으니까 한번 만나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큰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정당”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한 김 위원장이 삼고초려에 나서면 야당과 뜻을 함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서울시장 차출설도 제기된다. 그의 향후 행보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 전 의원은 이에 “오늘 탈당했는데 이른 얘기”라면서도 “정치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