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금까지 부탁한 의원들이 뭐가 돼”… 실제 로비 시사 언급

옵티머스 로비정황 녹취록 파문
“국회의원들은 기브앤테이크
경제공동체가 되면 특수관계”
국가 주도 사업에도 개입 흔적

녹취록 등장 여권 인물 강력 부인
소극적 수사 지적 받았던 검찰
파일 진위 여부 규명 부담 안아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뉴시스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로비스트가 여권 유력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발견됐다. 녹음 시점은 2018년 여름으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설립자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후 회사를 장악해 사업을 본격화하던 시점이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재현 대표의 로비스트 ‘3인방’으로 불리는 신모 회장과 녹취록에 등장하는 김씨, 또 다른 로비스트 기모씨의 실제 활동이 확인된 때도 이 무렵부터다. 검찰은 2018년 말부터 신 회장과 김씨가 함께 움직이며 한국마사회장의 지인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진술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사회는 옵티머스에 20억원을 투자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실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15분 분량의 녹취파일에서 옵티머스 자산운용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씨와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A씨는 정부와 여권 인사의 이름을 여럿 거론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부탁한 의원들이 뭐가 돼”라거나 “국회의원들은 기브앤테이큽니다”라고 말한다. 김씨는 또 “특수관계는 뭐가 특수관계냐면 경제공동체입니다. 돈을 주고 받으면 경제공동체가 되버리면 특수관계야”라고 발언하기도 한다.

 

옵티머스가 각종 국가 주도 사업에 개입한 흔적도 엿보인다. 김씨가 언급한 여권 정치인과의 친분이 사실이라면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의혹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온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치유 문건’에 등장하는 여권 관계자들과의 연결 문구도 새롭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문건은 이 전 대표와의 분쟁과정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됐다고 적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검찰 진술에서 문건은 허위이며 정·관계 로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취록에 등장한 여권 인물은 로비 관련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녹취록뿐만 아니라 다른 문건을 통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인물들은 하나같이 관련성을 부인 중이다.

 

결국 검찰이 수사를 통해 녹취파일의 진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 그간 검찰은 라임·옵티머스 수사 관련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지적과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최근 들어서야 검찰이 새로 수사팀을 구성했고, 청와대도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옵티머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중앙지검에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철저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최근 옵티머스 경영진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무실이 위치한 강남N타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곳에는 옵티머스 로비스트 3인방으로 불리는 신 회장의 사무실이 있다. 압수수색 후 검찰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김씨를 비롯해 또다른 로비스트로 지목되는 기씨를 불러 조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박범계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법 의원이 공개한 '정부·여당 인사가 포함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만큼 녹취파일을 통한 조사가 이뤄지면 진위 판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도형·이창훈·김청윤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