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꼭 일치하진 않는다. 청춘이란 그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진로를 정해야 하는, 어쩌면 외로운 시기다.
지난 20일 종영한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 학도들을 주인공으로 그런 청춘의 고민과 방황,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려 냈다. 주연을 맡은 박은빈(28)과 김민재(24)의 섬세한 연기, 호흡이 빛났다. 20, 2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두 배우를 각각 만났다.
“전 연기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잘하게 된 쪽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잘한 건 결코 아니었어요. 세월이 그냥 흐르는 건 아니더라고요. 경험치가 쌓이며 성숙해지고 제 삶의 태도가 연기에 상호 보완적으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어렸을 때보다는 잘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박은빈)
“제겐 하고 싶은 게 더 중요해요. 그게 연기라 잘하고 싶습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아이돌 연습생 시절)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다 보니 어쨌든 예체능인 것 같아요.”(김민재)
그들에게도 여느 청춘처럼 고민의 시간은 있었다.
“제 성격이 연기하기에 적합한지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타고난 성품이 내성적이거든요. 제 적성에 맞는 일이 뭔지 자문자답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 시간을 다행히 넘겼습니다. 배우라는 직업, 저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지금은 흔들림이 없습니다.”(박은빈)
“청춘은 어지러운 것 같아요. 재밌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하잖아요. 뭔가 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만 같은 시기라 어렵지만 잘 지내고 싶습니다.”(김민재)
짧은 시간 동안 연주 실력을 갈고닦은 점도 닮아 있었다. 김민재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가장 많이 연습했다”며 “눈 감고도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달 반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 피아노를 좀 쳐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이 역할을 못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체르니 30번까지 쳤거든요. 사실 연주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어떻게 해야 피아니스트처럼 보일지, 적정선을 고민했습니다.”(김민재)
“한 달 레슨을 받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초등학교 때 특별 활동으로 바이올린을 접하고 중학교 때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하며 레슨을 받긴 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집에서 혼자 연습하며 채워 나갔어요. 연습을 띄엄띄엄 하니 매일 할 때보다 실력이 쑥쑥 향상되더라고요. 바이올린에 대한 열망이 강한 송아로 살다 보니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해요.”(박은빈)
서로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박은빈은 김민재에 대해 “좋은 목소리를 가졌고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성숙하다”며 “리허설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호흡이 잘 맞고 편했다”고 평했다. 김민재는 박은빈에 대해 “외유내강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단단한 사람이고 좋은 선배”라며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올해에 대해 “참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드라마 외에도 각각 ‘스토브리그’, ‘낭만닥터 김사부 2’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은빈은 “두 드라마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김민재도 “올해 제 일을 더 사랑하게 돼 행복하다”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하면서 위로를 받았고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