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정국이 심상치 않다.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군이 발포해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유엔은 물론 미국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인권탄압을 즉각 멈추라’는 취지의 경고가 나왔다.
일각에선 한국과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 2명이 최종 경합을 벌이는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군이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 시위 참가자 12명이 숨졌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24시간 통행금지를 선포했음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나이지리아 정부를 향해 “폭력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나이지리아 정부를 겨냥해 트위터에 “젊은 시위대를 죽이는 행위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미국 차기 대통령이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시위대에 대한 폭력 행위를 멈추라”며 “미국은 경찰 개혁과 부패한 민주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나이지리아인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나이지리아 정부 규탄 대열에 동참하려는 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것이 차기 WTO 사무총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WTO 사무총장 최종 후보로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전 재무장관 2명이 올라 막판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후보는 모국 나이지리아에서 재무 및 외무장관을 지내고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거물이다. 자연히 세계 경제계에서 유 본부장보다 지명도가 더 높다. 현재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국가들이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위대 발포와 그에 따른 사망자 발생으로 나이지리아의 ‘국격’이 계속 추락하는 경우 인권을 존중하는 EU 회원국들 입장에선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를 지지할 명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WTO 사무총장이 되려면 164개 회원국으로부터 ‘만장일치’ 추대를 받아야 한다. 미국과 EU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 등 주요국 상당수는 아직 두 후보 중 누굴 지지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