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 때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작심한 듯 그동안 맺힌 사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 등에서는 자신의 소신을 나타내며 항변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질의가 나오면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식으로 답하고, 여당 의원 질의 때마다 “허, 참”라고 붙여 태도 지적을 받았다.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이 배당이 된 뒤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느냐”고 질의했다. 최근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대형 언론사주를 만난 적이 있다는 한 매체에 보도에 대해 확인한 것이다. 이에 윤 총장은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너무 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사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만났으면 만났다고, 안 만났으면 안 만났다고 하라”며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주들 만나는 게 관행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윤 총장은 “과거에는 (검찰총장이) 많이 만난 것으로 안다”며 “저는 높은 사람들 잘 안 만났고 부적절하게 처신한 적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만나셨나. 안만나셨나”라고 묻자 윤 총장은 “제가 누구 만난 거는 그 분 상대의 동의 없으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박주민 의원은 “많은 검사들이 사건의 이해관계자들과 만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사건의 공정성에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그런 규정들이 존재하는 거고, 그 규정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총장님은 ‘내가 만났는데 그건 그 사람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나는 공개 안 한다’(라고 한다.) 그렇게 넘어갈 문제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 게이트로 수사받을때 그 당시 미국의 검사장이 빌 클린턴, 즉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과 30분간 만났다 그 때 어떻게 됐는지 아느냐”라며 “여야 할 것 없이 미국의 의회에서 요구해서 특별감찰이 시작됐다. 그래서 특별감찰 과정에서 이 만남은 부적절했다. 그리고 그 당시의 검찰총장은 하원 청문회에 나와 증언도 한다. 검찰총장이 사건 관계자하고 짧게 만났든 길게 만났든 사건의 공정성에 의심받을 만한 영향을 송출했다면 그건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윤 총장은 “그 당시에 (조선일보)관련 사건이 뭐가 있고, 지금 거론되는 분(방상훈 사장)이 사건 관계자냐”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나온 검찰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왜 얼마나 어려운지, 공직자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 절박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대검 국정감사를 보신 많은 분들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검찰의 모습이 ‘정말 현실이었나?’하는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다”며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모펀드 사건과 그 수사과정을 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왜 필요한지 많은 분께서 공감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