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을 히틀러에 빗댄 바이든 “트럼프 대북정책 파탄”

“미·북 정상회담, 폭력배에 정당성만 부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그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연합뉴스

미국 부통령(2009∼2017년)을 지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눈길을 끈다. 1930, 1940년대 독일의 독재자였던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현재 지지율 면에서 앞서는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경우 미·북 관계, 그리고 한·미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2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후보들의 텔레비전(TV) 토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내세우며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고,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을 ‘폭력배’는 물론 ‘히틀러’에 빗대는 발언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이고 자신 덕분에 북한과의 전쟁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도 했다. 전쟁이 일어났으면 수백만명이 죽었을 것이란 주장 역시 되풀이했다.

 

반대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면서 김 위원장을 가리켜 두 차례 ‘폭력배’라는 표현을 썼다. 이어 트럼프 임기 내 강화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핵무기 개발 능력에 관해 언급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조건으로 ‘북한의 핵능력 축소’를 내건 바이든 후보는 시종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데 주어진 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임기 동안 북·미 관계가 좋았다’는 취지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유럽을 침공하기 전에 우리는 히틀러와 좋은 관계였다”고 맞받아친 것이 눈에 띄었다.

 

미국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1939년 2차대전을 일으킨 뒤에도 한동안 독일과 평이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듬해인 1940년 6월 프랑스가 독일의 군사력에 굴복해 무너질 때조차 미국은 독일과의 전쟁을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았다. 1941년 12월 일본이 미국 하와이를 공격하고 이에 일본의 동맹국인 독일이 미국에 선전포고를 한 뒤에야 비로소 미국은 전쟁에 뛰어들었다. 바이든 후보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바이든 후보가 북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나타내면서 그의 당선 시 미·북 및 한·미 관계에 큰 변화가 닥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주요 쟁점에 관해 담판을 짓는 이른바 ‘톱다운’ 형태의 외교는 사라지고, 그나마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약속하지 않는 한 양국 간 접촉 개시 자체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미 행정부가 ‘동맹국 간 공조’를 들어 속도 조절을 주문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