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내년 4·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78세를 일기로 타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나란히 추모했다. 경제부처 수장답게 박 장관이 이 회장의 공적만 주로 언급한 반면 이 대표는 ‘빛과 그림자’란 표현을 써가며 과오도 비중있게 다뤄 일정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낙연 “그늘도 남겼다… 삼성, 새로 태어나야”
이 대표는 이날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은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며 “그 결과 삼성은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러나 고인이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겼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고인의 혁신적 리더십과 불굴의 도전 정신은 어느 시대, 어느 분야든 본받아야 마땅하다”며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을 향해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영선 “반도체에 미친 분… 한국 경제의 신화”
박 장관의 경우 SNS을 통해 “MBC 경제부 기자 시절 1980년대 말 어느 해 여름 제주도 전경련 세미나에서 한 시간가량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출입기자들과 강의 겸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이 회장을 추모했다.
그는 “(이 회장은) 게토레이 한 잔을 물컵에 따라놓으시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반도체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며 ‘난 지금 반도체에 미쳐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회장의 추천으로 일본 영화 ‘천칭의 시’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진정으로 내가 파는 물건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꿔라’로 잘 알려진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언급하고서 “오늘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님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라며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이룬 이건희 회장님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거듭 고인을 애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