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수장으로서 역대 정권과 얽히고설킨 인연을 맺어왔다.
1978년부터 후계자 수업을 거쳐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질 때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을 경험했다.
김대중(DJ) 정권과도 미묘한 관계를 유지했다.
외환위기 속에서 출범한 DJ 정권의 재계 구조조정, 이른바 '빅딜' 작업은 이 회장의 숙원이었던 세계일류 자동차메이커의 꿈을 무산시켰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구조조정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장성민 전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시 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사업을 지키려는 의지가 컸으나, 업종 전문화를 이뤄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 뜻에 따라 매각을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수차례 청와대에서 DJ를 독대하는 등 대체로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재계의 방북 수행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출범 초 반(反)기업적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취임 2개월만인 2003년 4월 노 전 대통령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던 이 회장을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곳곳에 친(親)삼성 인사를 중용하는 등 밀접한 관계가 정권 내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의 역할이 부각된 시절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방미 경제인사절단에 이 회장과 이 본부장이 동행한 적도 있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이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친기업적)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으로 특검에 기소된 이 회장을 2009년 12월 단독 특별사면했는데, 평창올림픽 유치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 회장은 2011년 MB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흡족하다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한 적도 있다.
하지만 특사 이면에 이 전 대통령 측 '다스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사실이 드러났고, 2018년 이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 방미 때 이 회장과 동행했으나 이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교류가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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