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왼쪽으로. 더, 더, 더. 오케이(OK). 이번 건 잘됐다.”
24일 오전 11시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 대회장. 낚싯대를 잡은 안재진(26)씨가 드론 조정을 맡은 권태우(43)씨에게 미끼를 떨어뜨릴 위치를 설명했다. 낚싯줄이 드론에 걸렸던 첫 번째 시도와 달리 이번에는 꽤 만족스러운 곳에 미끼를 놓았다.
전날 창원에서 8시간을 차로 달려 영종도 대회장에 온 부자(父子)팀도 있었다. 드론 제작 업체에서 종사하는 아들 이도규(24)씨가 낚시를 즐기는 부친에게 대회 참가를 제안했다. 이씨는 “1회 대회 때부터 오고 싶었지만 군 복무 중이라 올해 대회를 벼르고 있었다”며 “아버지와 협업할 수 있는 대회라는 점에서 뜻깊다”고 말했다.
대회를 계기로 형제가 오랜만에 뭉치기도 했다. ‘브로’팀의 김권필(41)씨는 대회 공고를 보고 평소 자주 보지 못하는 동생 김형준(40)씨를 떠올렸다. 드론 조종 자격증을 가진 본인과 낚시를 자주 하는 동생이 최적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김권필씨는 “수상해서 상금도 받으면 좋겠지만 동생과 함께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센서부터 구조용 드론까지 첨단화하는 드론
대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의 장비와 낚시 기술도 첨단화하는 모습이었다. 미끼 투하 지점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하기 위해 광센서(빛 감지 장치)를 활용하거나 바다 위 이착륙이 가능한 드론까지 대회에 등장했다.
3드론 교관인 오성필(31)씨는 드론 자격증이 있는 김찬국(24)씨 등 6명과 한 팀을 이뤄 참가했다. 이들은 정교한 낚싯줄 낙하를 위해 드론에 광센서를 부착했다.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면 해당 센서에 LED 광을 쏴 낚싯줄이 떨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바닷바람에 드론이 바닥에 추락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회 전 맨땅에서 투하 연습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드론 관련 업체에서 나온 한 팀은 해양구조에 사용되는 드론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팀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이 드론이 바다에 추락하는 일이었지만, 이들의 드론은 물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드론에 단 드롭장치(상공에서 물건 등을 떨어뜨릴 수 있게 해주는 장치)는 최대 1.5㎏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이 팀의 정원복(54)씨는 “보통의 드론은 악천후 상황에서 운영할 수 없는데 우리 드론은 군이나 해경에서도 구조활동을 펼칠 때 사용되는 장비”라고 소개하며 “‘다다익선’이라는 다짐으로 물고기를 잡아갈 계획”이라며 드론을 날렸다.
영종도=이종민·이강진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