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국전쟁, 북의 남침은 역사적 사실”

‘習 항미원조’ 발언 뒤늦게 입장문
中 내 “習 연설은 美 겨냥한 경고”
왕이 11월 중 한국 방문 검토
시진핑 연내 방한 가능성 열어둬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70주년 기념식’ 발언에 대해 24일 저녁 입장을 내고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관련 사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로 이러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의 관심 사안에 대해서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항미원조 기념식’에서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결사항전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밝혀 우리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했지만, 외교부는 곧바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루가 더 지난 24일 저녁에서야 외교부가 입장을 낸 것은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로선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이달 중 예정됐다가 보류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이 다음 달 중으로 검토되고 있다. 왕 부장은 다음 달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는데, 이와 함께 한국 방문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위급 간 교류에 대해 지속 소통하고 조율 중에 있다”면서도 “(왕 부장 방한은)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는 여전히 시 주석이 연내 방한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왕 부장 방한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왕 부장으로서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있은 뒤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11월 초로 예상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과 한·미 외교장관회의 이후 왕 부장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 등 서방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대내외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EPA연합뉴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의 콜린 코 교수는 “중국 내에서 반미감정을 일으키려는 중국의 노력은 미·중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에 버리라고 요구해온 냉전적 사고를 영속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대 마자오 교수도 “6·25전쟁 당시 반미 선전은 전장의 중국 젊은이들을 고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런 전술은 더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미·중관계가 신냉전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항미원조’ 전쟁의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1950년이나 2020년이나 미국 정책 결정자는 중국의 경고를 허세로 오해하는데, 경고를 듣지 않으면 소리없이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천다오인은 “중국이 얼마나 강력하고 갈등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는지 보여주려 한 것”이라며 “중국은 제1차 세계대전 전의 독일이나 1941년의 일본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홍주형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