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개시를 공식화했다. 법무부에는 감찰관실이 있고 현직 검사에게 중대한 비위 의혹이 있는 경우 감찰관실이 직접 감찰을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채 총장이 곧장 사의를 밝힌 전례가 있다.
◆추미애 “해야 할 계좌추적 안 해… 감찰 대상”
추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감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다단계 금융사기의 일종으로 계좌추적만 하면 되는데 안 한 것 같다”며 “옵티머스 사건은 검찰이 매장할 뻔한 사건을 일반 시민들이 고소·고발해 살려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장이 마치 ‘남부지검에서 처리됐으니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답했다면 대단히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이미 지난 22일 대검 국감 도중 “검사 비위 은폐 등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추 장관은 “국감 도중 총장이 상당 부분을 부인한다는 점이 보고됐다”며 “총장이 (검사 비위 의혹을) 몰랐다는 것도 의혹이어서 새로운 감찰 사안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 장관의 감찰권 발동은 여러 모로 7년 전 법무부에 의한 검찰총장 감찰 착수를 떠올리게 한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은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 국정원 댓글 의혹을 샅샅이 파헤치도록 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이란 한 해 전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요원들이 온라인 기사에 여당 후보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지지성 댓글을, 야당 후보인 문재인 현 대통령과 관련해선 비난성 댓글을 각각 달아 결과적으로 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의혹을 의미한다.
◆2013년 황교안 “채동욱 감찰하라”…즉각 사표
채 총장과 윤 지청장 둘 다 검찰의 내로라하는 ‘특수통’으로 유명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이 걸린 사안에서 채 총장이 정권 눈치를 안 보고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결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윤 총장이 이끈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가 법무부와 충돌했다.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은 “선거법 위반 여부는 법리 검토가 좀 더 필요하고 구속 수사는 무리”라는 이유를 들어 영장 청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와 검찰 수사팀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한 언론이 채 총장의 사생활과 관련해 제기된 불미스러운 의혹을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황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실에 “채 총장을 감찰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 직후 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파문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채 전 총장은 지난 2016년 11월 한겨레TV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는 말로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검찰이 왜 권력 말을 잘 듣느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인사권 때문”이라며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 먹이고 그렇게 하다가 이번(박근혜) 정권 들어와서는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고 답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