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주택난인데 일본은 ‘공짜 집·빈집’ 늘어 골치…왜?

2018년 기준 일본 전국의 빈집 수는 846만 가구로 나타났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앞으로도 빈집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케이신문

 

최근 한국은 전세 품귀 등으로 주택난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지만 일본은 이와 반대인 상황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그간 골칫거리였던 ‘공짜 집’(0엔 집)·‘빈집’의 수요가 일부 늘었다고 전해졌다.

 

◆한국은 주택난인데 일본은 0엔 집·빈집 늘어 골치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빈집문제 역시 한국보다 먼저 맞닥뜨렸다.

 

총무성 통계국이 발표한 ‘2018년 토지·주택 통계 조사’를 보면 일본 전국의 빈집은 846만 가구에 달한다. 빈집비율은 전체 주택의 1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에 보다 26만 가구나 증가한 수치로 사설 기관인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오는 2033년에는 빈집이 더 늘어 전체의 30%를 넘을 거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비도심에 그치지 않고 인구 과밀인 일본의 수도 도쿄에도 나타나는데 도쿄에만 무려 81만여 채의 빈집이 있고 그중 약 70%가 23구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구감소로 ‘지방 도시 붕괴설’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런 현상과 거리가 먼 수도권에서도 나타나 심각성이 더해진다.

 

빈집의 증가 문제는 단순 경제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빈집비율이 30%에 이르면 치안이 악화되고 이에 안전을 우려한 사람들이 그 지역을 떠나면서 ‘슬럼화’가 진행돼 지역사회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 농촌 등을 포함하는 비도시지역에서 한정된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수도권(도심) 외곽에서 점차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여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빈집=농촌 폐가’라는 생각이 무색해진 것이다.

 

일본에서 빈집 증가 원인 중 하나는 고령화다.

고도 성장기였던 1960~70년대 일본에선 급속한 개발이 진행됐는데 건물과 주택 건설 붐이 일은 뒤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당시 세워진 건물과 주택이 노후화되어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요구되는 한편 건물주들은 노인이 돼 집을 떠나 양로원에서 생활하거나 사망해 도심을 제외한 일본 전국에서 빈집이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이처럼 가치하락으로 상속되지 않은 빈집이 적지 않다는 것으로 매매조차 이뤄지지 않아 집을 무료로 내놓는 0엔 집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0엔 집·빈집 해결사는 코로나?

 

얼핏 0엔 집을 인수하면 큰 이득이 될 거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0엔 집은 말처럼 매매시 그 어떠한 비용도 받지 않겠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집을 인수하게 되면 양도세, 재산세 등의 각종 세금이 따라붙고 장기간 방치돼 수리나 보수 등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거주를 위한 리모델링, 철거 등의 비용이 발생해 물건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가된 가치보다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집값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쉽사리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2015년 ‘빈집 대책 특별 조치법’이 폐지돼 집을 방치 해두면 큰 세금이 부과되는 점도 빈집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 20일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빈집 활용 주식회사’는 인수부터 거주까지의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잡아 약 1000만엔(약 1억 766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 초부터 유행한 코로나19가 뜻밖의 긍정적인 효과를 드러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처치 곤란인 0엔 집 등을 인수해 리모델링 등을 거쳐 부동산시장에 내놓는 일을 하는데 지난 3월 이후 0엔 집 물건 수요가 과거보다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대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도쿄나 오사카 등 인구과밀 도시의 (감염) 위험성을 실감한 사람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또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도심 사무실 철수도 잇따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택근무는 출퇴근하는 제약이 사라지고 기업은 임대료와 교통비 지급 부담이 크게 감소한다”며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 집이 일터가 되면 쾌적한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도심에서 떨어져 넓고 조용한 환경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경치 좋은 곳에 있는 노후주택의 경우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일본 정부는 ‘주택 숙박 사업법’(민박 신법)을 개정했는데 이 법은 사업자를 내면 일반 가정집에서도 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법 개정 후 일본풍으로 지어진 오래된 단독 주택 등이 숙박업소로 인정돼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들 주택은 일본 사람에겐 단순히 ‘오래된 집’이라는 느낌이 크지만 일본식 가옥을 처음 접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겐 옛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인식돼 인기가 크다고 전해졌다.

 

이 밖에도 호텔이나 여관 등 많은 사람이 찾는 곳보다 감염 위험이 적고 앞서 언급된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숙박시설로 개조된 오래된 집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빈집이 늘고 있다.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51만 7000호로 전체 주택의 8.4%를 차지한다.

 

빈집은 2015년 106만 8000호(전체 주택의 6.5%)에서 2016년 112만호(6.7%), 2017년 126만5000호(7.4%), 2018년 141만9000호(8.1%)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빈집의 유형을 살펴보면 아파트가 55.0%로 가장 많고 이어 단독주택(22.0%), 다세대주택(16.4%)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의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였다.

 

여기에 더해 일본처럼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어 일본처럼 빈집문제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고령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에는 일본과 같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