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재정 건전성 유지와 국가부채 관리를 내세워 재정준칙 도입에만 몰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정준칙 도입은 전 세계적인 추세도 아닐뿐더러 조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가계 부담 경감 및 지출 확대로 순환의 물꼬를 트지 않으면 당장 얼어붙을지 모르는 위기상황인데도, 기재부와 중앙은행 수장의 인식은 오로지 국가부채 관리에만 집중됐다. 참으로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 전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역시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이라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을 강조했다”면서 “세계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도 잇따라 정부에 재정지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재정준칙을 차등 도입하지 않으면) 물가하락과 소비위축, 이어지는 일자리 둔화와 실업자 증가 등 더 심각한 경제위축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진정) 국채가 문제라면 IMF 미회수 공적자금부터 제대로 확보하는 게 금융당국의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이번 주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이 법제화되지 않을 경우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도입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이뤄진 언론 질의·답변 과정에서 “엄격한 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