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지향 인간과 소유 지향 인간. 미국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나눈 두 가지 인간형이다. 존재 지향 인간은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소유 지향 인간은 꽃의 아름다움보다 내 거냐, 네 거냐를 중요시한다. 프롬은 현대인들이 점점 소유 지향으로 바뀌어 왔다고 본다. 그래서 인물평도 됨됨이가 아니라 재산이 얼마인가로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프롬은 “소유와 욕망에는 한계가 없어서 소유 지향적 삶은 행복하기 힘들다”고 일침을 놓았다.
물욕과 이기심은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소유 지향 인간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 물신주의는 물질의 풍요를 가져왔지만 정신의 빈곤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탐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법정 스님은 “현대인의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함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며 무소유의 삶을 강조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성철 스님의 무소유 삶도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법랍 58년에 열반했지만 유품이라곤 40여년간 손수 기워 입은 누더기 장삼과 덧버선, 검정 고무신뿐이었다. 실천을 동반했기에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더욱 가슴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