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알못’ 대사 안 돼… 특임공관장 자질 강화法 발의

“외국어 실력, 교섭 능력 등 고려하여 적격 여부 결정”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외국어를 알지 못하는 대사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외교부 순혈주의를 깬다”는 명분 아래 비(非)외교부 인사를 대사, 총영사에 임명하는 이른바 특임공관장 비율이 늘어나는 가운데 “아무리 대통령과 가까운 특임공관장이더라도 외국어 실력 등 일정한 자질은 갖춰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에 특임공관장 임명 시 자격심사를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입법 여부가 주목된다.

 

27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최근 특임공관장에 대한 자격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자근 권명호 김선교 김정재 김형동 송언석 임이자 정운천 정희용 최승재 추경호 홍문표 등 같은 당 동료 의원 12명도 발의에 동참했다.

 

정진석 의원 측에 따르면 현행 외무공무법은 외교관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외교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특임공관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정 의원은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외교관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특임공관장에 임명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될 사람의 외국어 능력, 교섭 능력 등을 고려하여 적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또 특임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 추천한 사람을 포함하도록 함으로써 야당이 정부의 특임공관장 인사를 견제하고 감시할 길을 열어놓았다.

 

특임공관장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달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외교부 산하 재외공관 총 166곳 중 33곳(20%)에 특임공관장이 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연합뉴스

이 가운데 이수혁 주미대사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장하성 주중대사는 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오태규 주오사카 총영사는 현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조 의원은 “특임공관장 33명 중 21명(64%)이 이른바 ‘캠코더 인사(문재인 대선 캠프, 코드 인사, 더불어민주당)’로 확인됐다”며 “부적격 인사로 인한 외교 공백은 물론 심각한 국가적 손실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가에선 과거에는 특임공관장이 되려면 최소한 외국어 실력만큼은 검증을 거쳐야 했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생략한다는 개탄이 일고 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이날 언론 기고문에서 “외교관은 전문성을 요하는 직분”이라며 “모든 공관장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주재국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단지 선거 캠프에 기여했고 코드에 맞는다고 전리품 얻듯이 공관장이 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