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영국식 ‘킥 앤드 러시’ 축구를 구사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최전방의 한두 명을 제외한 대부분 선수가 자신들의 진영에서 수비에 치중하다 한 방의 롱패스로 상대 골문을 노린다. 그러다 보니 번리와 맞붙는 상대팀은 쉽게 골을 넣기 어렵다.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지난 시즌 손흥민(28)의 번리전 ‘70m 단독질주 원더골’은 이런 밀집수비를 극복하고 뽑아낸 골이라 더 화제였다. 당시 그는 폭발적 스피드와 기술로 자신의 진영에서 촘촘히 수비라인을 쌓은 번리 선수 6명을 제치고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이번엔 머리로 번리의 밀집수비를 뚫었다. 토트넘은 27일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열린 번리와의 2020~2021 EPL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손흥민이 후반 31분 해리 케인(27)의 도움을 받아 헤딩으로 넣은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답답한 상황은 후반 중반까지 이어졌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깬 것은 역시 손흥민. 후반 28분 탕귀 은돔벨레(24)의 침투 패스를 받아 빠른 쇄도로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을 시도해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시원한 슈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슈팅조차도 수비벽에 맞으며 튕겨 나갔다. 분위기는 살려냈지만 여전히 바라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3분 뒤 토트넘은 기어이 골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득점을 완성한 것은 손흥민과 케인 콤비였다. 다만, 익숙했던 공식이 아닌 낯선 상황에서의 득점이었다. 후반 31분 오른쪽 코너킥이 번리 골문 위로 올라오자 케인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헤딩으로 앞쪽으로 보냈고, 이를 손흥민이 다이빙하며 머리에 맞혀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손흥민은 EPL에서 양쪽 발 슈팅을 모두 완벽하게 구사하는 대표적 선수였지만 유독 헤딩에는 약했다. 이 경기 전까지 토트넘 소속으로 만든 94골 중 헤딩 득점은 단 3골에 불과할 정도. 게다가 세트피스 헤딩골은 더더욱 드물었다. 그러나 이날은 케인으로부터 날아온 공을 절묘한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최근 그의 골 감각이 얼마나 절정에 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