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토권 무력화법 추진” 野 “더블 패스트트랙 전략이냐”

與 공수처법 개정안 ‘전운’
‘野 비토권 인정하겠다’던 與 돌변
“절대 과반 획득 뒤 폭주” 지적 일어
野 “사모펀드 특검 도입하라” 압박
거부 땐 장외투쟁 카드 꺼낼 수도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임정혁·이헌)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민의힘이 추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보 추천위원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간끌기가 이어질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야당이 추천된 공수처장을 반대할 경우 공수처장 선출 방식을 변경해 여당 성향 추천위원만으로 공수처장을 선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공수처법 제정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하겠다던 여당이 올해 총선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획득한 뒤 폭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자당 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대검찰청 차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선정하고 국회 의안과에 명단을 제출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추천서 제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더는 정쟁의 장으로 내몰 수 없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여당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실체를 밝히는 특검 도입을 결정하라”고 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수처에 대한 헌법소원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양보했다”며 “그런데 야당이 막상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니 (민주당은 이들에 대해) ‘공수처 방해위원’이라고 규정짓고 아전인수 격인 속내를 드러낸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야당의 추천을 의도적 지연으로 폄훼하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할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다”며 “패스트트랙 위에 또 패스트트랙을 얹은 ‘더블 패스트트랙’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공수처법 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통해 강행 처리했는데, 21대 국회에선 176석의 거대 여당이 돼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을 패스트트랙 없이도 단독·강행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초반 계약갱신청구권 등 부동산 관련법을 강행 처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예산 심의를 앞두고 정쟁용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제1야당의 민생 포기 선언”이라며 일축했다. 야당이 공수처 ‘발목잡기 행동대장’을 추천했다고 비판하며 시간끌기에 나설 경우 또다시 의석의 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현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야당 측 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 추천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몫 추천위원 중 1명은 세월호특조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해 특조위에 고발됐고, (최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수처법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며 “이쯤 되면 발목잡기 행동대장으로 추천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부정하고 있는 인사의 추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즉시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합리적이고 자격이 되는 분이 추천됐음에도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방해하며 도돌이표를(거부권 행사를) 세 번까지 한다면 법적·제도적 치유를 해야 한다”며 “바로 법 개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수처가 출범 즉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날 불법정치자금 등 몰수에 관한 특례법 등 관련법 체계 정비에도 나섰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우리도 신중하게 추천했는데, 그분들이 추천위원으로 활동하기도 전에 예단을 갖고 무조건 공수처장 추천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굉장히 불쾌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공수처 압박에 라임·옵티머스 특검으로 맞서며 장외투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과 5·18 명예훼손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정기국회 내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 총선에서 회계부정 혐의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자당 정정순 의원에 대해선 정 의원이 자진출두하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소집해 체포동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뉴스1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회에서 555조8억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2021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강조할 부분은 ‘위기에 강한 나라’”라며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위기 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만들어낸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예산안을 통해 내년에 어떻게 방역과 경제를 동반 성공시켜 위기에 강한 나라를 굳건히 해 나갈 것인지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미·박현준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