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27일 미국 국적의 가수 겸 배우 유승준(44·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사진)이 입국 금지는 “인권침해”라며 강경화 장관에게 허가를 공개 요청한 데 대해 말을 아꼈다.
이재웅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승준의 요청에 대한 외교부 입장을 묻자 “해당 신청인이 개인적으로 표명한 입장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추가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유씨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자 발급은 해당 영사가 제반 상황을 감안해서 발급하게 되는 재량사항”이라며 “비자 신청이 있으면 여러 상황을 종합 검토해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강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입국 금지를 둘러싸고 유승준이 최종 승소한 대법원 판결 후 재차 관련 사안을 검토한 결과 비자 발급 불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승준은 소셜미디어에 강 장관을 향한 장문을 올려 “부디 저의 무기한 입국금지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주시고, 이제는 저의 입국을 허락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유승준은 입대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은 지금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으면 영주권마저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당시 처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과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선택은 이민자들로서는 지극히 흔하고 당연한 선택이었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이미 잊혀져도 한참 잊혀진, 아이 넷을 둔 중년 아저씨에 불과하다”며 “정치범도 테러리스트도 범죄자도 아니고, 대한민국에 악영향을 끼칠 인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승준의 공개 글에 강 장관이 답장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유승준은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던 약속을 번복하고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2002년 법무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입국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2015년 ‘재외동포 비자’(F-4)로 입국을 허가해달라고 미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 신청했지만 거부 당하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3월12일 최종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주LA 총영사관은 재외동포법을 근거로 들어 지난 7월2일 유승준에 대한 비자 발급을 다시 거부했다. 유승준 측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주LA 총영사를 상대로 여권·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