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 열기가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일인 11월 3일을 일주일 남겨 놓은 시점에 이미 우편투표와 사전 현장투표 등 사전투표자가 7100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자(1억3884만명)의 절반 이상이 투표를 마친 셈이다.
2016년 대선에서 사전투표가 전체 투표의 23%를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그 비율이 50∼70%에 이를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는 우편투표 비율이 급증하면 개표에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이다. 주별로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시작하는 시점과 종료하는 시점이 모두 달라 선거 결과를 집계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투표 추이를 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사전투표에서 절대적인 우세였으나 점점 격차가 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선거 당일 직접 투표를 선호한다. 따라서 주별로 어떤 투표함을 먼저 개함하느냐에 따라 초반 판세가 달라진다. 이는 곧 초반 개표만으로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올해 선거 당일이나 그 다음 날 새벽에 승자를 발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선거 당일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바이든 압승, 트럼프 압승, 승자 예측 불가의 경합 등 3가지이다. 바이든이나 트럼프가 압승하기보다 치열한 시소게임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일이나 그다음 날에 누가 승기를 잡았는지 판세가 드러날 수도 있다.
경합 주 중 최다인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주의 선거 결과는 첫 시금석이다. 최근 대선 결과 플로리다주에서 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전례가 없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처음으로 바이든 후보를 앞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20~25일 플로리다주에서 실시된 5개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48.2%로 바이든 후보(47.8%)보다 0.4%포인트 높았다. 반면 바이든이 플로리다에서 승리하면 백악관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플로리다는 사전 현장투표와 우편우표를 선거일 이전에 개표한다. 플로리다의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간은 오후 8시(한국시간 4일 오전 9시)다. 미국 언론사는 오후 8시에 플로리다 출구조사와 사전투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두 후보 간 표 차이가 크지 않으면 예상 승자 발표를 미룰 수도 있다.
만약 바이든이 플로리다에서 승리하고, 노스캐롤라이나(선거인단 15명)와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에서도 이기면 게임 오버라고 시사 주간지 타임은 지적했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이 3개 주에서 승리하면 2016년에 이어 또 한 번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
플로리다 등 3개 주에서 확실한 승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블루 장벽’으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주가 열쇠를 쥐게 된다. 문제는 블루 장벽 주가 모두 투표 당일까지 사전 현장투표와 우편투표를 개표할 수 없어 투표 결과는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나야 나올 가능성이 있다. 개표가 장기화하고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면 선거 불복 사태와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양측은 현재 소송전에 대비해 대규모 법률팀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