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확정…이명박 측 “언젠가 진실 밝혀질 것”

"헌법정신 무시 졸속 재판”
“횡령금, 뇌물 등 단 1원도 대통령에 전달되지 않았다”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강훈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29일 “헌법정신을 무시한 졸속재판”이라고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는 전 과정까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헌법정신과 규정들이 무시된 재판이라고 생각한다”며 “2심 재판 선고까지는 광풍처럼 몰아붙였던 적폐청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나 최후 법원인 대법원까지 이런 판결이 선고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고 주심 대법관이 결정된 이후에 겨우 6개월이 지났다. 재판부 합의, 판결문 작성 시간을 빼면 12만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증거기록을 넉달 만에 검토한 꼴”이라며 ‘졸속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오늘 유죄가 확정된 횡령금, 뇌물죄의 단 1원도 대통령에 전달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도 대통령에 전달된 증거가 없다. 제3자 전달에 대통령이 알았다는 것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자들의 말만 듣고 무고한 사람의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형 선고를 6개월 만에 한다는 게 정상적인 재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도 참담하지 그지없을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어제 ‘사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재판부는 “횡령 내지 뇌물수수의 사실인정과 관련한 원심 결론에 잘못이 없다”며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2월 항소심 직후 법원의 구속집행 정지 결정으로 석방된 이 전 대통령은 조만간 재수감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회삿돈 약 34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119억원을 대납하게 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8년 4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