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국무총리실 소속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아파트 가격이 문재인정부 들어 5억원 이상 올랐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중 11명(31.5%)은 여전히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총리실 고위공직자 부동산재산 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 1채당 가격은 문재인정부 집권 기간(2017년 5월∼2020년 10월) 평균 7억8000만원에서 12억9000만원으로 5억원(65.1%) 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실 내 1급 이상 전·현직 공무원 3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22명은 현직, 13명은 전직이다. 자료는 대한민국 관보에 올라온 재산 공개 내용과 3월 정기공개 자료, 4월 이후 수시 공개 자료를 활용했다. 전직 공무원의 경우 퇴직할 때 신고한 내역을 활용했다.
상승액이 높은 순으로 상위 10명의 보유 아파트 시세를 보면 1채당 2017년 5월 평균 12억7000만원에서 현재 22억6000만원으로 9억9000만원(77.5%) 올랐다. 특히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보유한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는 가격이 15억원에서 31억원으로 올라 상승액이 1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상승률을 기준으로 상위 10개 아파트값을 계산하면 1채당 평균 7억1000만원에서 14억1000만원으로 100.5%(7억원)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크다고 나타난 아파트는 윤창렬 전 사회조정실장(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보유한 세종시 반곡동 아파트로 128.8%(4억7000만원→10억9000만원) 올랐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신고해 주택 시세를 반영하지 못했다. 공시가에 따르면 1채당 평균 5억7000만원이 축소 신고됐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총리실 고위공직자의 평균 아파트 신고액은 7억2000만원으로 실거래가인 12억9000만원의 55.9%만 반영된 것이다. 시세반영률이 낮은 순으로 상위 10개 주택을 꼽아보면 신고액은 5억4000만원인 데 반해 시세는 13억원으로 시세 대비 41.7%만 신고돼 7억6000만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가 정하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데다 문재인정부 3년 동안 매년 아파트값이 폭등해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 7월이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택매각지시가 총리실에서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보여주기식 권고’였다고도 비판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소속 고위공직자 35명 중 11명(31.5%)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에 따르면 3주택자는 3명(8.6%)으로 장상윤 사회조정실장이 지난 8월 기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주택 3채를 가졌고 그 외에도 이종성 전 정부업무평가실장,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연구원장이 포함됐다. 2주택자는 8명(22.9%)으로 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원장이 9월 기준 2채를 신고했고 그밖에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안택순 조세심판원장 등이 2채를 소유했다. 경실련은 다수의 전·현직 고위공직자가 집값 상승으로 인해 큰 불로소득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대상 35명의 1인당 평균 재산 신고액은 25억3000만원이며 이 중 부동산재산 신고액은 16억6000만원으로 총재산의 65.5%가 부동산재산이다. 이는 국민 평균 부동산재산인 3억원(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아 고위공직자를 시키는 것 같다”며 “계속 오르는 집값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도 상승 원인이 박근혜정부에 있다는 잠꼬대 같은 변명을 아직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에서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고위공직자가 다 투기의 달인이고 자기 집값 올리는 데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이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냐 아니면 고위공직자를 위한 정부냐”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