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대표는 책임 면피하기 바쁠 뿐이에요.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힘든 상황이고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A필라테스센터에 등록했다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센터가 폐업하는 황당한 경험을 한 B(31)씨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74만8000원을 내고 10회 수강권을 끊은 그는 단 한 차례도 필라테스 강의를 듣지 못하고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2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헬스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995건으로 전년 동기(1298건) 대비 697건 증가했다. 신청 내역을 살펴보면 ‘계약해지 관련’ 피해가 93.1%(1858건)로 가장 많다.
소비자원이 계약해지 관련 피해들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자금난을 이유로 ‘연락 두절(환급 지연)’되거나, ‘폐업 또는 폐업 예정’이라며 영업을 중단한 사례는 259건에 달했다.
현재로서는 A센터와 같이 폐업한 경우, 회원들이 회원권 금액을 환불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현금이나 신용카드 일시불로 장기 계약을 할 경우 할인해주겠다”는 업체 측 제안에 따라 수강료를 완납한 회원들은 할부항변권 등으로도 피해를 구제받기 힘들다.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보전받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나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앤어스)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의) 집행은 사업자를 상대로 압류나 가압류를 통해 가능한데, A센터 정도의 폐업이면 운동기구 등을 이미 팔아 책임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업체가) 개인사업자면 ‘개인 재산명시신청’을 통해 조금은 받아낼 수는 있겠지만, 워낙 소액이라 진행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A센터 피해자들 사이에선 소송을 진행할 경우 오히려 소송비용만 더 나올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최 변호사는 “회원권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료를) 받아서 편취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되긴 하는데,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이러한 피해가 큰 상황이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등은 이 같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체육시설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달 발의한 상태다.
소비자원은 유사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가급적 단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장기 계약 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할 것을 조언했다.
송파서 관계자는 “(A센터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할지는 조사를 해봐야 안다”면서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면밀히 조사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강진 기자 jin@segye.com